김석동 본격 행보…저축銀 해법 '우려'
김석동 본격 행보…저축銀 해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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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저축銀 인수는 '울며 겨자먹기'식 행보"

[서울파이낸스 김미희 기자]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어록을 남겨 'Mr. 관치'라 불리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취임 3일만에 내놓은 저축은행 프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해법이 도마에 올랐다.

국내 금융권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부실 저축은행을 향해 꺼내든 '관치의 칼'이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시장이 차갑게 반응했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시총 상위주인 금융지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KB금융이 3.13% 떨어진 것을 비롯해 우리금융(-2.89%), 신한지주(-2.44%), 하나금융지주(-1.00%)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의 갑작스런 저축은행 인수 선언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라고 입을 모았다. 대형지주사가 금융권 부실문제를 떠안고 가야한다는 점이 리스크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수대상과 방식 등의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면 은행들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이 심각한 대형 저축은행을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할 경우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의 펀더멘털 훼손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전날 열린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4대 금융지주사들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지주사들은 금융당국과 '경영정상화 약정(MOU)'를 체결한 61개의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저축은행 1~2곳 이상 인수합병(M&A)하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금융산업 전체를 볼 때 저축은행이 안정되지 않으면 1금융권(은행권)에도 파급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금융권 전체가 나서 저축은행을 안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주요 금융그룹도 동참해야 한다"며 "저축은행들을 일단 살리는 게 중요하므로 금융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렬 하나금융 사장은 "은행권이 대승적 차원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줘 구조조정을 돕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탈사를 통한 서민금융업 진출을 검토해 온 KB금융지주도 "저축은행 문제가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 속에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저축은행 부실 처리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류시열 신한지주 회장 또한 "괜찮은 부실 저축은행이 있으면 (인수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며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 인수 방침을 밝힌데 대해 김석동 위원장은 "전적으로 환영한다"며 "저축은행의 위기가 시스템리스크로 연결되면 안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취임 후 주요 금융권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이같은 움직임이 금융당국과의 사전 교감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저축은행 M&A시장에 금융 빅4(KB·우리·신한·하나)를 끌어들인 것을 두고 "(시스템리스크로 불리는) 저축은행을 은행에 떠넘기는 것은 근본적인 방식을 쓰지 않고 저축은행업계 부실을 해소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는 당국이 저축은행 부실을 은행에 떠넘기는 것으로 모럴해저드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은행권에서도 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가 상품서비스 다양화와 고객 공유에 따른 시너지 효과보다는 건전성 악화와 경영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조직슬림화를 추진 중인 KB금융이나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 신한사태 수습에 여념이 없는 신한금융,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불협화음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하나금융에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도 사실상 저축은행을 떠안고 갈만큼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은행별로 PF 부실채권 비중이 높아 대손충당금을 쌓느라 경영실적이 악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의 장민 연구위원도 "저축은행의 부실 규모도 만만치 않다"며 "금융지주사들이 부실 규모가 큰 저축은행을 인수했을 때 견딜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지주사들의 부실 저축은행 인수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와 경영진의 배임 문제 등의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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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0896 2011-01-10 14:27:45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그러므로 금융지주회사의 저축은행 인수 건은 사회적 문제
의 해결을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적극 환영합니다..

고당 2011-01-10 13:17:31
부실 저축은행을 대형금융지주시 앞 떠넘겨 희석시키는 방법이 문제의 해법인가?
물타기로 문제를 축소 시킬 뿐 , 근본적인 서민 금융의 부재는 부(자본)의 집중과 비합리적인 개입네서 비롯된것이 아닌가? 금세돈 위원장님 --- 통촉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