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대기업 M&A②-끝] '승자의 저주'
[2010 대기업 M&A②-끝]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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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 기자] 올해 M&A의 화두는 '승자의 저주'였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현대건설 매각을 필두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모두 매각대금과 조달 방식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때문에 내년 M&A시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간 M&A에서 인수자금 여력 검증이 보다 강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현대그룹, '승자의 저주' 종결자

현대그룹은 올해 현대건설이란 대어를 눈 앞에서 놓쳤다. 높은 매각 가격으로 1차 승부에서 현대차그룹을 제친 대담함은 지지부진한 인수자금 조달 공개과정에서 '허세'로 드러났다.

지난달 16일 현대그룹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5조5100억원을 제시,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시장은 자금 여력이 충분한가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현대그룹이 꺼내든 카드는 현대상선을 통해 프랑스 나타시스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1조2000억원이었다.

하지만 현대건설 채권단은 자금 조달 우려를 해소시키기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2차례 대출계약서 요구에도 현대그룹은 대출확인서만을 제출하며 현대건설 채권단 측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및 매각 MOU해지라는 매각결렬을 선고받았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매각과정을 두고 빚어진 비방전도 볼 만했지만 시장은 '승자의 저주'를 예견하면서도 끊임없이 현대그룹에 관심을 가졌다.

지난 16일 이후 현대그룹 관련주인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모두 매각과정 소식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했다.

때문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역시 이들 관련주에 대한 코멘트는 최대한 자제했고, 매각 중심에 놓인 현대건설 역시 실적모멘텀을 봐야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현재 현대그룹은 지난 10일 'MOU 해지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채권단 측이 MOU를 해지할 경우 법정 다툼을 벌일 태세다.

우리금융 '민영화 이렇게 힘들 줄이야'

우리금융지주 역시 갈피를 못 잡기는 현대건설과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우리금융과 17일 공적자금위원회 모두 민영화를 포기하며 소득없이 새해를 맞게 됐다.

우리금융은 지난 10월 우리금융 지분 56.97%가 매각공고를 낸 뒤 적극적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한 결과 6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과거 세 차례 모두 민영화 작업에 실패한 우리금융이 올해 거는 기대가 컸다.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이 독자생존이란 명분 아래 조기 민영화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운 여신의 부신 정리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은 결과 높은 실적과 함께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 개시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된 하나금융이 인수를 포기하며 민영화 작업에 균열이 일기 시작됐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서로 대립각을 벌였지만 그 과정 자체가 민영화의 가속도를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금융 입찰을 염두로 한 투자자의 유효경쟁 입찰조건이 무산됐고, 우리금융 측 역시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 요구에 반발하며 민영화 입찰을 포기한 상황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미 민영화 중단 사태는 예견됐던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원칙만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동양종금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자산클린화와 은행산업의 발전 취지보다 공적자금 회수만을 강조한다면 민영화는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종휘 우리은행장 역시 "정부가 우리금융지주를 민영화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에 집착 고 소수 지분을 국민주 방식으로 파는 것을 검토해야 다"며 "정부가 조기 민영화와 금융산업 발전에 가중치를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부가 우리금융의 민영화에 더 이상 발목을 잡지 말아야한다는 우리금융의 입장만 확인한 채 영화는 또 또다시 장기표류된 상황이다.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잡음 여전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인수조달 방식, 외환은행 노조 측 반발 등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는 시장이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였다.

시장의 관심이 현대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결과 발표에 곤두서있던 지난 16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당시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4조6000여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인수금액 일부를 해외사모펀드로부터 투자받게 되자 일각에서는 거액의 자금을 해외로 유출하냐는 반대여론에 부딪치기도 했다.

또 당초 하나금융이 발표한 매각대금이 주당 1만4250원이 아닌 배당금을 포함한 1만5100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론스타에 유리한 조건을 내줬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역시 하나금융의 자금력과 경영능력을 문제삼고 있다.

노조 측은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외환은행의 3분의 1수준으로 낮으며 하나금융은 처음 밝힌 4조6000여원보다 1조4000여원이 증가한 최대 6조원 이상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가 역시 이번 인수가 하나금융에는 '득'이지만 외환은행에게 '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16일 종가기준 3만2950원에서 30일 현재 장중 4만3650원을 기록하며 32.47%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외환은행은 1만2600원에서 1만1800원으로 6.35% 하락했다.

시장은 하나금융이 대형금융지주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교보증권 황석규 연구원은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하나금융이 내부자금 50%, 회사채 25%, 증자 25%로 자금조달안은 하나금융의 재무안정성에 대한 감독당국과 일정 수준 협의가 전척됐음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증자계획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대형금융지주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측은 내년 2월말까지 모든 인수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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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fvm99 2011-01-04 16:25:31
서로의 갈길이 다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조속한 판단과 심사 간곡히, 그리고 애절하게 부탁드립니다.

rhfvm99 2011-01-04 16:21:53
외환은행 인수 문제는 곧 금융시장과 직결됨을 금융위원회 에서의 시급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수호천사 2011-01-04 14:46:49
특혜가 없어야죠... 정부 빚 보증부터 갚으라고 하세요.
사모펀드요 ? 금융기관을요 ? 금융위는 잘 심사하시기 바랍니다.
이러다가.. 승자의 저주가 됩니다

장크로드 2011-01-04 12:55:28
결국은..무리한 차입에 따른 부담이 두은행을 파국으로 치닫게 할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현대건설의 매각문제와 같이 하나금융의 인수자금문제와 재무안정성에 대한 철저하고 엄중한 심사가 이루어 져야 할것입니다.

히뽀끄라떼쓰 2011-01-04 12:01:47
승자의 저주는 국가적으로나 개인으로나 모두에게 많은 피해를 줍니다. 주주만을 위한 경영을 하는 하나금융은 반드시 승자의 저주를 부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