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車보험제도 개선, 親서민이라더니...
<기자수첩>車보험제도 개선, 親서민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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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정부가 발표한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은 이번에도 알맹이는 쏙 빼놓은 채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켰다.

지난해 10월 초 정부가 자동차보험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보험소비자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정부가 친서민·공정사회 기조를 자동차보험 개선안에 반영해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겠다는 공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자동차보험은 구조적ㆍ근본적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며 "과잉수리나 과잉진료 등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종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단언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6개 부처는 3개월간 논의한 끝에 지난달 29일 '공정사회를 향한 자동차보험 개선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를 건강보험 진료수가와 일원화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비요금 공표제 폐지와 진료수가 체계 개선은 자동차보험금 누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자동차보험 의료수가가 건강보험보다 15% 정도 높아 장기 치료 환자를 양산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의료협회는 건강보험 환자와 자동차보험 환자는 치료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번에도 의료계의 반발에 굴복, 자동차보험 개선 대책은 핵심 내용이 빠져 버린 반쪽짜리 대책으로 전락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차량수리시 정액제인 자기부담금을 정률제인 비례공제 방식으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5만원의 자기부담금만 내면 차량 수리를 할 수 있었던 대부분의 운전자(88%)는 앞으로 수리비의 20%, 최대 50만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자기부담금이 최대 10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법규위반 할증이 강화돼 보험료 인상 요인도 커졌다. 과태료 지급건도 할증대상에 포함하고, 신호위반·속도위반·중앙선침범 등 법규위반에 대한 집적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일부 부도덕한 소비자들로 인해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불합리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합리적인 보험료 책정이 가능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요인이 커졌다고 하지만 장기 무사고 운전자들에 대한 할인률 역시 높아진 만큼 결국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사고 운전 할인 확대로 혜택을 볼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고 할인율인 60%를 적용받고 있는 12년 무사고 운전자는 전체 운전자의 10%인 160만명, 무사고 기간을 6년 더 연장해서 7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운전자는 80만명(5%)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대책이 이제 갓 나온 만큼 앞으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무엇보다 불합리한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아직 해결해야 되는 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자동차보험 안정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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