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의 평등권 회복
언론자유의 평등권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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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은 통제하되 정치인들의 허위 발언이나 막말은 어떤 규제도 없던 불평등한 언론 시스템에 일단 작은 변화가 가능해졌다.

미네르바로 상징되는 인터넷 언론에 족쇄를 채우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에 따라 현 정부 들어 줄줄이 구속 수사를 받던 수십 명의 인터넷 논객들이 풀려나게 됐다.

헌재는 이날 감청과 관련된 통신비밀보호법 6조7항 단서조항에 대해서도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생활 보호는 물론 통신의 자유를 위협하던 악법 조항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필자 개인적 입장에서 보자면 글의 내용은 제대로 읽지도 않은 듯 본문과는 관련 없이 욕설로 도배된 난폭한 댓글들을 보면 인터넷 여론에 우려가 인다. 그럼에도 검찰이 국민의 입을 통제하고 나서는 것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어떤 글을 읽든 그것은 국민의 몫이지 검찰의 몫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헌재의 판결에, 그리고 그런 판결을 끌어낸 미네르바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미 무죄 판결을 받은 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헌재는 7:2 의견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문은 “형벌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검찰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큰 이 법조항 자체가 명확성의 원칙을 벗어나 위헌이라고 했다.

법치주의가 힘을 얻으려면 법의 공정성이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같은 행위에 대해 법의 임의적용으로 누구는 처벌 대상이 되고 누구는 문제되지 않고 넘어간다면 그 법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뿐이다. 그래서 형벌조항은 위법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만 한다.

전기통신기본법은 실상 당초 제정될 때부터 여러 조항에서 문제 제기를 받았던 법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언론의 자유에 관해 유독 인터넷에 대해서만 다른 미디어와 달리 강력한 통제를 규정하고 있는데다 그 규제의 1차적 판단을 언론과는 무관한 정보통신부가 내리도록 한데 대해 말이 많았었다.

그러나 말썽의 소지를 안고 있는 조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제정되고 10여 년간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 직전까지도 국민들 대다수는 그런 사정을 까마득히 몰랐던 뼈아픈 경험이 인터넷 상에 정치경제적 의견, 주장들을 부쩍 늘게 만들었고 대중들의 검색도 많아졌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에 관대했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은 정부가 나서서 이를 규제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비로소 이 조항이 인터넷 언론에 직접적인 족쇄로 등장하며 새삼스레 대중의 시선 안으로 들어왔다. 정부 입장에서 듣기 싫은 소리가 마구 쏟아지는 인터넷에 대해 검찰이 직접 구속 수사를 하고 나서니 모르고 있던 이들에게도 ‘세상에 이런 법이 다 존재하는구나!’싶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터넷 언론에 대한 규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이명박 정부 하에서 여당 정치인 입을 통해 쏟아지는 허위정보에 대해서는 그 강력한 검찰조차 꿈쩍도 하지 않는 현실에는 무감각했다. 인터넷에 올린 개인의 주장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몰아붙인 검찰이 보온병을 들고 적의 포탄이라고 공공연히 국민을 농락한 정치인의 발언에는 눈감고 귀 막는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는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양 검찰을 질타한 적이 없다.

힘 있는 이들의 범법에는 꽤 관대한 사회의 면모는 이밖에도 많다. 인사청문회에서 자식 학교 잘 보내겠다는 위장전입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확실히 심어주었지만 힘없는 장삼이사들은 으레 그러려니 한다. 성형수술 하지 않은 여성은 ‘자연산’으로 비유하고 ‘(여자가)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해야 한다’고 막말을 해도 그들의 자리는 여전히 굳건하다. 언론에서 잠시 바글바글 끓다말면 그 뿐이고 평소 서슬 퍼런 검찰도 이런 일엔 할 일이 없다. 그러면 국민들은 또 그러려니 봐 넘기며 오히려 그런 발상에 길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위헌판결을 끌어내는 과정을 보면 우리 사회의 희망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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