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화폐개혁, 이번에도 역시...
<진단>화폐개혁, 이번에도 역시...
  • 김동희
  • 승인 2004.09.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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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정말 가능할까? 그러나 역시...

화폐개혁문제가 수면위로 급부상하면서 금방이라도 진전이 있을 것같은 분위기였으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정치권 특히, 여당의 분위기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쪽으로 기울면서
이번에도 1회성논란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사실, 고액권발행, 디노미네이션(화폐액면절하)로 요약되는 화폐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특별히, 이번 논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은 달라진 시대상황때문.
과거 고액권 발행이 검토될때마다 걸림돌이 된 것은 부패와 인플레 심리 자극이었다.
이를테면,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뇌물이 사과상자로 횡행하는 부패구조가 해결되기전에는 10만원 고액권 발행은 그야말로 위험하기 짝이없다는 우려가 최대 걸림돌이었다.
10만원권지폐를 사과상자에 넣어 뇌물로 주고받을 경우 천문학적 숫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런 우려의 분위기는 크게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정부 한목소리?
우선, 수요자 중심의 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최근들어 의원 입법 형태로 화폐 개혁을 강력 추진하고 나섰고,고액권 발행 주체인 정부와 발권당국인 한국은행도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세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정부측과 당정협의를 갖고 10만원권 도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방침이다. 차제에 1000원이나 100원을 1원으로 액면 절하하는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논의도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계안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7일 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당 홈페이지 의원게시판을 통해 이를 공론화했다.

이보다 앞서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등 여야의원 11명은 기존 9종의 화폐에 10만원권과 5만원권을 추가해 모두 11종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액권발행중심의 화폐기본법 제정안을 2일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고액권 발행에 대해 여론의 따가운 비판, 즉 뇌물 성행을 우려해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식으로 주저했던 정치권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화폐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그동안 반대입장을 보였던 정부도 지난 6일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국회에서 디노미네이션 검토 방침을 밝히는 등 태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디노미네이션이 거론됐을 당시 이부총리가 지금 그것말고도 할일이 많다며 우회적으로 반대입장을 보인 것과는 분명 변화된 모습이다.

더구나, 김석동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고액권화폐 발행이든, 디노미네이션이든 아직 한다, 안한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며하지만 내부적으로 그 타당성과 영향 등에 대해 실무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두경 한국은행 발권국장도 통화량 증가추이 등을 볼 때 화폐개혁의 필요성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며 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발행이 동시에 이뤄져야 비용절감의 효과 등을 볼수있다고 말했다.

<>여론은 어떤가
고액권 발행과 관련한 여론의 흐름은 찬성쪽이 우세해 보인다.
한은이 올초 금융회사 이용 고객 53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3.9%가 10만원권등 고액권 발행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고액권을 발행하는 경우 적정 최고 액면은 10만원권이라는 응답자가 56.6%, 5만원권이 38.9%였으며, 20만원권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가 2002년 8월말 성인남녀 8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81.3%가 고액권 발행에 찬성했다.
대한상의는 2000년 12월에도 같은 조사를 했는데 찬성률은 65.4%였다.

지난해 6월 개설된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는 한발 더 나아가 유관순과 신사임당을 지폐모델로 쓴 가상 고액권 화폐를 선보였다.
최근들어서는 중국의 역사왜곡 파장탓으로 광개토대왕을 가상 10만원권 모델로 쓰자는 주장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외국은 어떻나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최고액 단위(1만원)가 너무 작다.

선진국의 최고액 지폐를 보면 미국 100달러(약 12만원), 유로권 500유로(약 76만원), 일본 1만엔(약 11만원), 영국 50파운드(약 11만원) 등이다. 지폐권종도 우리는 1000원권과 5000원권, 1만원권 등 3개로 주요국가들과 견줘 지불수단이 다양하지 못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7개, 스위스와 멕시코가 각각 6개, 캐나다·호주·뉴질랜드·덴마크·노르웨이 등이 5개로 파악됐다.

<>학계, 찬성론VS 신중론
8일 모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황의각 고려대교수는 이제야 말로 고액권 지폐 발행등 화폐 단위 변경을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현재의 최고액권인 1만원짜리 지폐가 발행된 이후 30여년 동안 경제 규모가 100배 이상 커졌다고 전제하고 수표의 발행 비용이 연간 6000억원 이상 소요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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