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밥상
오세훈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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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밥상머리에서 시작된다. 학교의 단체 급식은 가정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그 밥상머리 교육을 학교가 일부 대신하는 일이다. 그래서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생들의 급식은 당연히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지금 서울을 벗어나 전국적인 이슈로까지 번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통에 무상급식의 교육적 의미는 날아가고 없다.

이번 이슈는 1000만 서울시민의 수장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며 촉발시켰다.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지원을 결정한 데 대한 반발인데 이번 이슈는 복지예산을 줄여가며 토목예산 올리기에 혈안이 된 한나라당의 당략과 맥을 같이 하는 일이어서 당내에서조차 존재감이 희미한 오세훈 시장의 차기 대선가도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은 워낙 복지를 무슨 원수 대하듯 하는 한국사회 일부 기득권층의 시각이 매우 생생하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지난 지자체 선거가 끝난 후 초등학교 학부모가 아닌 다음에는 대체로 학교 급식 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서울시 예산 3억여원을 들여가며 대대적인 신문 광고를 하고 나선 서울시장의 도발 덕분에 저절로 눈길이 가게 됐다.

서울시의 경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려면 연간 700억원이 든다고 한다. 이걸 서울시장은 중·고등학교까지 확대 실시할 경우의 비용인 1800억원이라고 부풀렸지만.

이 비용은 연간 20조 원이 넘는 서울시 전체 예산에서 보자면 고작 0.3%다. 그게 어떻게 '망국'으로까지 이어지는지 그 놀라운 발상법이 신기하다. 물론 부자는 푼돈도 아낀다는 옛말이 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해외홍보비가 연간 400억원 규모라니 이 정도면 이건 비용이 아니라 관심의 문제일 뿐이다.

더욱이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66%가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서울시의회가 동의한 무상급식 예산을 막겠다고 저토록 광고에 열을 쏟을 일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하기야 지금 한나라당이 국민 요구쯤 안중에도 없어 보이기는 한다. 국민의 소리를 들어주는 것을 ‘지는 것’ 혹은 ‘밀리는 것’으로 인식하는지 어쩐지 현 정부 들어서자마자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것 차근차근 다 해나가고 있다. 덕분에 전국에는 토목공사 붐이 일고 있지만 그 혜택이 대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대다수 서민들은 실감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쌓여가는 적자는 잘하면 차기정권이 덤터기를 쓸 테고 자칫 하다가는 IMF 사태 같은 시한폭탄이 다시 터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시만 해도 오세훈 시장의 민선4기 동안 각종 토목공사 등으로 4조원의 빚이 늘었다고 한다. 그 이자만 생각해봐도 초등학생 무상급식에 비용문제를 들고 나서는 것은 속된 표현으로 정말 모양 빠지는 일이다.

그러나 진실로 안타까운 일은 초등학교의 무상급식은 사회복지의 측면도 있지만 교육적 측면 또한 있음을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적인 관점으로만 좁혀서 봐도 이 문제가 결코 작은 문제는 아니다.

예전 도시락을 싸들고 학교 가던 시절의 추억을 가진 세대라면 친구들끼리 둘러앉아 네 것 내 것 없이 반찬을 나눠먹으며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는 그 시간에 슬그머니 교실을 빠져 나가던 아이 한둘쯤은 있던 기억 또한 갖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 와중에도 차마 다른 아이 도시락 반찬에 젓가락 대지 못하는 친구들 또한 있었다.

그들의 그 상처가 지금 우리 식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혹은 과도한 음식사치로, 또 혹은 먹을 것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변한 경향은 없을까. 어쩌면 천박하리만치 탐욕스러운 한국적 자본주의를 낳은 이유는 아닐까.

오 시장은 부잣집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이 불평등이라고도 한다. 혹시 ‘부잣집 아이들에게 어찌 가난한 아이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이겠는가’ 하는 계급주의적 의식의 발로는 아닐까 의심도 든다. 가난한 아이들 못잖게 넉넉한 집 아이들도 편식 습관을 단체 급식을 통해 고치는 교육적 효과를 얻고 있다. 이것 역시 아이들 급식이야말로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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