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 보금자리주택, 이대로 실패하나
'친서민' 보금자리주택, 이대로 실패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사 눈치보기에 공급은 감소…LH 재정난에 '민자유치' 검토까지

[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정권 핵심사업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벼랑끝에 몰렸다. 보금자리주택 4차 지구 선정 물량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사전예약 여부조차 확정짓지 못해 일각에서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냉소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 21일 국토부가 보금자리주택건설에 민간자본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이 사업이 '친서민 주택정책'이라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서민보다는 건설사를 위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의 실패론이 거세진 것은 정권 핵심 사업이 8·29 부동산 대책 이후 '속도조절'에 들어간게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랑구 망우·신내동 일대(양원 지구)와 경기 하남시 감북·감일동 일대(하남 감북지구) 등 2곳을 보금자리주택 4차 지구로 지정하며 보금자리주택 1만6000가구를 포함, 모두 2만3000 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차 지구(4만1367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속도를 늦추겠다는 국토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현 정권의 대표적인 친 서민 정책임을 감안하면 이런 속도조절이 자칫 친 서민 정책의 후퇴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늦춘 이유는 민간건설사들의 요구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민간건설사들이 분양시장의 침체를 이유로 보금자리주택 물량공급을 줄여야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주변 민간 아파트 분양가보다 싼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시장이 침체됐다는 민간건설사들의 입장을 받아들였음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라며 "이런 이유로 4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선정 이후 친 서민 정책의 핵심 사업이 좌초하고 있다는 비난의 눈초리가 거세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간건설사에 무릎 꿇은 '보금자리주택'

국토부는 보금자리주택의 물량이 급감한 것에 대해 민간 주택시장의 침체를 이유로 꼽았지만 민간건설사의 이해관계에 정권 핵심 사업이 무릎 꿇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금자리주택의 실패론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는 공급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4차 지구의 공급물량(1만6000가구)은 1차 시범지구(3만9414가구), 위례신도시(4만6000가구), 2차 지구(4만1367가구)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국토부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이미 공급 계획 자체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지구 공급을 축소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이미 3차 지구 때부터 나타났다. 당초 안정적인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해 총 8만7800가구 규모의 3차 지구를 발표했지만 광명시와 시흥시 간 행정구역 조정, 용지 내 공장 이전계획 등 기반시설 용지 확보 문제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전예약 때 성남 고등지구와 함께 공급물량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광명시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국토부가 추가 검토를 이유로 3차 지구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지만 건설사 눈치 보기라는 비난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8·29 대책으로 침체된 주택시장을 우려하며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을 당초 80%에서 50%로 줄인다고 발표해 민간건설사들에 힘을 실어준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민자유치' 가능성은 있나

한편 최근 정부차원에서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도 '실패론'의 주된 근거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부채난으로 보금자리주택 건설 추진여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자 민간자본과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 이 부분을 넘기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재무구조상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현금을 보유한 민간자본을 보금자리주택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라며 "임대형 민자사업(BTL)이나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토지 선수공급, 원형지 공급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사업 특성상 민자유치가 쉽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손실보전을 골자로 하는 LH법 개정안이 최근 통과됐다하더라도, LH의 자금 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은 점"이라며 "이런 이유로 정권 핵심사업인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이를 우려한 정부가 급하게 '민자유치'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친서민'정책의 대표 격인 보금자리주택이 벼랑 끝에 내몰리자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이를 타파하려는 정부의 의지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대책에 불구, 민자유치가 어려워 보금자리주택정책이 실패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민간투자에 따른 기대 수익률이 공공부문의 채권이자보다 높아 민자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라 민간자본을 끌어오는 일이 녹녹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이 '민간 건설사 눈치보기'와 'LH의 자금난'으로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난 여론이 높아가자 정부는 사태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 정부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공급물량이 감소한 이유는 작금의 부동산 시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민자유치 또한 '친서민' 주거 정책이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여러 대안을 마련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 보금자리주택이 당초 제도도입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 이를 둘러싼 실패론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