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현대건설 인수전 '상선' 지분 돌발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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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지분이 최대 관건으로

[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국내 M&A 역사상 전례 없는 역전극이 일어났다. 지난 20일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는 한편 사실상 현대기아차와 인수 작업을 속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22일까지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었음에도 작업이 '속전속결'로 마무리된 것은 현대기아차와 곧바로 매각협상을 벌이겠다는 채권단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기아차그룹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부여 문제를 차후 주주협의회서 협의해 결정하는 내용의 안이 함께 가결되며 현대기아차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승계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인 셈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승계하려면 의결권 기준으로 채권단의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외환은행(24.99%), 정책금융공사(22.48%), 우리은행(21.37%)이 가장 많은 의결권을 갖고 있지만, 채권단 내부 분위기를 봤을 때 현대기아차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주주협의회에서 현대기아차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키로 결의하면 시장에서 관측되던 '우선협상대상자 승계' 시나리오가 사실상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며, 매각작업이 새 국면을 맞자 관계자들은 승계 시나리오가 이르면 내달 초에 마무리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시점(11월16일)과 MOU 체결 시한(11월29일)을 살펴보더라도 올 안에 현대기아차그룹이 MOU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채권단 내부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채권단 입장에서도 부담이 컸다"며 "이번 M&A가 국가적으로 큰 이슈임을 감안하면 MOU 체결 이후 현대기아차가 현대건설에 대한 본실사에 바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범(凡)현대가, 총성 없는 전쟁 '제2라운드'

이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가닥을 잡자, 현대기아차와 현대그룹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며 현대건설 보유의 현대상선 지분(8.3%)의 처리방안을 협조하겠다고 밝혀 현대그룹의 경영권 보호와 현대상선 지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그간 현대건설 인수전을 놓고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와 현대기아차그룹의 '후계구도 강화'에 대한 왈가왈부가 있어 왔지만,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경영권 위협이라는 위기 속에 현대그룹이 소송다툼을 불사하게 되면 매각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채권단이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꺼내 든 '히든카드'의 의미가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일단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파국을 맞으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의 향방에 따라 현대상선은 물론 현대그룹 전체 주인이 바뀔 수 있는 형국이다.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을 지배하고 현대상선이 다시 현대증권과 현대택배,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등을 아우르고 있는 구조다.

이번 M&A 작업에 깊게 관여한 한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현대상선으로,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한 현정은 회장 측이 25.49%, 현대중공업 그룹이 25.41%의 지분을 갖고 있다"라며 "현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케이프 포춘(5.75%),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KCC(5.04%)를 각각 더해도 각각 31.24% 대 30.45%로 박빙"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때문에 상선 지분 8.3%를 갖고 있는 현대건설이 누구 품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현대상선 경영권은 물론 현대그룹 전체 주인이 바뀔 수 있고 이게 바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건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채권단이 현대상선 지분을 수면 위로 꺼내 든 것은 현대그룹의 소송제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대그룹의 경영권 안정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 관계자도 같은 취지로 "현대그룹이 긍정적 의사를 표명한다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처리방안에 대해 윈-윈하는 구조로 가능한 범위에서 협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상선 지분을 떼어내 현대그룹이 가져갈 수 있도록 중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범현대가 입장에서 현대상선 지분을 오랫동안 노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 을 비롯한 범 현대가 사이에 상선 경영권 등을 놓고 암묵적인 합의가 있을 수 있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처럼 현대건설 매각작업에서 '현대상선 지분'이 최대 화두로 급부상한 가운데,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궤도에 오를 지 다시 난항을 겪을 지 결정 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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