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현대건설 인수전…MOU 공방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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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내부 갈등 속 현대그룹-현대車 맞소송

[서울파이낸스 김미희 기자]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 내역 중 1조2000억원의 출처 규명에 대한 주주협의회(채권단)의 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외환은행과 현대그룹 측이 체결을 강행한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놓고 채권단 내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법정 공방 또한 뜨겁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주협의회는 현대그룹에 5영업일 이내에 인수자금 증빙 자료 제출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양해각서(MOU)를 철회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현대그룹은 MOU에 5영업일 이내에 대출계약서 등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그룹이 계속해서 인수자금 증빙 자료 제출을 연기 또는 거부하면 채권단과 추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대차그룹까지 현대그룹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등 현대건설 매각 문제를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전날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현대그룹 측에 오는 7일까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금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현대그룹은 "자료를 충실하게 내겠다"면서도 대출계약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다만, MOU 체결시 나티시스은행 예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담보나 보증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만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금융공사는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현대그룹 측에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발급 예금잔고증명서와 관련한 대출 계약서, 그 부속서류로 대출계약에 관련된 담보 제공 또는 보증 계약서, 관련 신고서류, 기타 대출계약 등 일체의 제반서류를 모두 제출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편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관련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상선 등을 상대로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금융당국에 외환은행 및 현대상선 차입금 출처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현대그룹은 인수자금 증빙자료 제출을 계속 미루면서도 법정대응에는 맞고소로 적극 나서는 등 본계약인 주식매매계약 체결 시점까지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현대그룹 측은 "MOU에 명시되지 않은 기한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5영업일(두 차례에 걸쳐 최대 10영업일) 이내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때 MOU 해지가 과연 가능한 것"이냐며 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MOU에는 관련 서류의 제출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요청하는 경우 현대그룹이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다"며 "합리적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현대그룹이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가 MOU를 해지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논란에 여지가 남아있다.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그룹이 채권단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영위원회가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할 것"이라며 "공사와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3곳 가운데 두 곳이 찬성하면 MOU 해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공사 관계자는 그러나 "주주협의회 약정서 상 MOU 해지 권한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며 "운영위원회 결의로 MOU 해지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운영위원회 결의만으로 MOU 해지가 어렵다는 법률적 해석이 나오면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MOU를 해지하는 것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여부는 본계약인 주식매매계약 체결 시 주주협의회 의결을 통해 가려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현재 주식매매계약 체결은 주주협의회 약정서상 주주협의회 의결권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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