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다이빙궈가 동쪽(韓)으로 달려온 까닭은?
中 다이빙궈가 동쪽(韓)으로 달려온 까닭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할 수 없는 한반도 긴장 '중재역'…성과는 미지수 '모아니면 도'?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중국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27일 전격 방한했다. 중국이 당초 26일로 예정됐던 양제츠 외교부장의 방한을 연기했다가 돌연 한단계 격을 높여 부총리급이 달려온 것이다. 

그의 돌연한 방한을 어떻게 봐야할까? 북한의 연평도발과 28일부터 서해에서 시작되는 한미연합합동훈련 등 한반도 긴장고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이빙궈의 방한 자체가 현 국면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다급함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한미와 북한을 대립축으로 한반도의 긴장수위가 최고조로 치닫은 상황 속에서 중국이 '중재역'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대(對) 한반도 정책을 결정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중국 외교의 '거물'이다. 특히,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막역한 사이여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중국내 최고의 북한통으로 통한다. 따라서, 다이빙궈의 방한은 중국이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최고위급 중재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이빙궈의 방한 일정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방한 당일인 이날 오후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찬형식의 회동을 갖고, 28일 오전에는 청와대로 가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다. 이 대목이 현재 조성된 한반도 긴장국면과 앞으로의 정세변화를 좌우할 관점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간 요담은 사실상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한중정상회담'에 맞먹는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사안의 엄중성에 미루어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친서나 구두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다이빙궈의 방한이 어떤 구체적 성과를 도출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과 더불어 G2의 한 축인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다 혈맹인 북한을 완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논리때문이다. 그만큼 한반도가 처한 국면이 누군가가 단박에 풀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중국으로서도 일종의 샌드위치 입장이다. 

다만, 역으로 다이빙궈가 왜 갑자기 방한을 결정했는지는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자국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압박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다이빙궈가 방한한 구체적인 '목적'이다. 그의 한반도 '외교보따리'에 과연 무엇이 들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말해, 중재역으로서의 해법이 무엇인가 하는 것. 중국은 북한의 연평도발이후 관영매체 드을 통해 남과 북 어느 편도 들지 않는 모양새를 일관되게 취했다. '어떤 군사적 도발 행위에도 반대한다'는 것. 원자바오 총리도, 외교부 대변인 성명도, 양제츠 외교부장도 한 목소리를 냈다. 어찌보면 원론적인 입장표명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북한을 비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밖에 없다. 도발자가 북한이기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논리는 다르다. 한국이 군사적 접경지역인 서해상에서 군사훈련을 통해 북한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시말해, 훈련을 '군사적 도발'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에 대한 일종의 '양비론'을 통해 교묘하게 북한의 허물을 감싸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합동훈련, 그것도 핵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까지 참가하는 대대적인 시위성 훈련이 28일부터 실시된다. 때문에, 다이빙권의 돌연한 방한은 이미 과거가 돼 버린 북한 연평도발에 초점이 맞춰졌다기보다는 한미한동군사훈련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자신들의 턱밑이나 다름없는 서해에 출현하는 것 자체가 중국으로서는 불쾌하고도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다이빙궈는 방한을 통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자제를 강력 요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물론, 모양새는 이번 합동훈련이 북한을 자극해 또다른 추가도발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면서 자제를 요청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관련, 북한의 연평도발이후 미국과 중국 양국간 기싸움에서 일단 미국이 중국의 기선을 제압했다는 분석도 흘러 나온다. 예정에 없던 다이빙궈의 방한 그 자체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다이빙궈가 제시할 '중재안'은 무엇일까?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외교전의 관전 포인트는 자연스레 중국의 '한반도 해법'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무력시위(연합훈련)를 자제시키기 위해서는 중국 스스로가 북한에 대한 모종의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때문에서다.

이와관련, 중국은 우리측에 대해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해 한반도 긴장국면을 고조시키기 보다는 대화와 협상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자는 '밑그림'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6자회담의 조기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을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북한의 연편도발 당일인 지난 23일 원자바오 총리가 "유관 각측이 최대한의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다이빙궈의 방한에 대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이빙궈의 방한 이후의 행보다. 이번 방한이 중국의 중재역 시도 차원이라면 다이빙궈는 방한후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일이 풀리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한 설득하는 수순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시나리오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중국의 중재 움직임이 한국에 어느정도 먹혀들지부터가 의문이다. 연평도 도발 이후 국민들의 대북정서가 최악의 상황까지 다다른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도 중국의 카드를  받아 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평도발 이후의 중국의 태도때문에 더욱 그럴 수도 있다.

또, 이번 연평사태를 빌미로 한반도에서 제대로 된 무력시위를 벼르고 있는 미국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도 친분관계만으로 설득하기에는 내부사정이 너무 복잡해 보인다. 북한의 이번 연평도발은 한 국가로서는 '모험'이나 다름없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전쟁을 각오한 행위라는 것.

그런데도 북한이 이같은 모험을 대담하게 저지른데는 나름대로의 깊은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이와관련, 아마도 김정은으로의 3대 권력세습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않다. 중국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을 설득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북한의 내부 상황(내치)이 외교를 신경쓸 수 없을 정도일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고, 비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28일 이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의외의 해법이 모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잘못을 시인토록 하고 더이상의 추가도발 자제 등 북한의 근본적 태도변화를 설득해내는 역할을 하는 조건으로 중국의 중재에 응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악수를 연발하고 있을 정도로 내치에 골몰하고 있는 북한 정권이 과연 이를 수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래서, 북한이 27일 갑자기 연평 포격으로 민간인이 희생된 것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이같은 상황을 꿰뚫어 보고 선수를 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다른 한편, 북한의 도발 자체가 내치용만이 아니라 정세전환을 노린 측면도 클 것이라는 점, 그리고 중국의 현실적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공존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들썩이게 할 정도로 커진 한반도 리스크. 중국이 일촉즉발의 긴장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수습하는 키맨의 역할을 해낼지, 아니면 되레 '파국'으로 치달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