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래 은행통장이 생겼다 없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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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 때문에 은행원이 믿고맡긴 개인정보 무단사용

 일선 은행 직원이 실적을 높이려고 지인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들었다가 처벌을 받았다.

실적 압박을 받는 은행원이 친한 사람에게 통장 개설을 부탁하더라도 확실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부산에 사는 심모(45.여)씨는 지난 5월 통장을 정리하려고 가까운 H은행에 찾아갔다가 울산에 있는 이 은행의 한 지점에서 자신과 남편의 명의로 주택청약종합통장이 개설된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심씨는 "그런 통장을 만들겠다고 동의한 적도 없고 신분증 확인 작업이나 서명 기재 등 정상적인 통장개설 절차도 없었다"며 "기분이 나빴다"고 7일 말했다.

그는 이 은행에 통장 개설 내역을 요청한 결과, 작년 5월부터 최근까지 자신과 남편, 아들, 딸 앞으로 총 10개의 적금통장 계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생겼다가 해지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실 심씨는 이 통장을 개설한 은행원 박모씨의 가족과 아는 사이로 작년 5월 이 은행원의 요청을 받고 온 가족의 명의로 주택청약종합통장을 신청한 일이 있었다. 이후 심씨는 자녀의 통장 2개만 남기고 자신과 남편의 통장을 해지했다.

심씨는 "박씨가 실적을 올리려고 우리 가족이 청약통장을 만들 때 제출한 신분 증빙 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서명도 멋대로 기재해 통장을 개설했다"고 주장했다.

심씨 가족 명의로 된 적금은 박씨의 돈으로 개설ㆍ유지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는 "박씨가 실적을 올리려고 당사자의 통장개설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통장을 신규 개설했다가 취소한 업무 처리는 금융실명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박씨가 "과거 심씨로부터 '내 신분증명서를 사용해 통장 개설 실적을 쌓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통장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덧붙였다.

은행 측은 "법규 위반에 대해 금감원의 처분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그러나 박씨는 심씨가 자신을 믿고 주민등록등본 등을 맡긴 것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원이 친한 사람의 명의를 빌려 실적을 올리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은행원이라면 '통장을 개설할 때 당사자의 동의를 얻고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는 금융실명법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은행원 박씨에게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약식명령청구로 벌금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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