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빚내 주식투자 5조 '훌쩍'…개미들 '빚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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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 최고치…1900 넘어 한달새 5400억 급증
우리투자·유화·하이투자證 등 업계 최저 이자율
당국, 리스크관리 공문발송..'주의 환기'차원 그쳐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점을 연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빚을 내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증시 랠리가 이어질 경우 레버리지를 일으켜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자칫 조정국면에 들어서게 되면 반대매매로 인해 '깡통계좌'가 속출할 수 있어 시장의 우려감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주식 위탁영업 강화 명목으로 신용융자 이자율을 낮추는 등 증권사들 영업행태 역시 신용융자 급등에 한 몫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빚 권하는 증권사'라는 쓴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빚투자' 5조 7350억원…올 들어 1조 3188억↑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는 2일 기준으로 각각 5조 7349억원으로 지난 2007년 7월 27일 5조 8018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무려 1조 3188억원(30%) 증가했으며, 글로벌 양적완화 기대감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올해 들어 1900선을 처음으로 터치한 지난 10월 신용융자 잔액는 한달 새 무려 5414억원이나 증가했다.

신용융자는 통상 90일간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이다. 신용융자는 지난 2007년 6월 7조원을 웃돌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미수제도 변경에 따른 일시적인 쏠림이 큰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사상 최대규모에 육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용융자도 주가상승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한 방법이긴 하지만, 아직 국내외 주요변수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주가변동성이 확대되면 투자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아직 국내증시가 G20정상회의 등 국내외 변수에 출렁일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현 시점에서 레버리지 효과를 높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자율 낮추고 수수료면제 등 증권사 행태 '눈쌀'

신용융자 만기기간을 연장하고 이자율을 대폭 낮추는 등 증권사들의 영업행태 역시 개인투자자들에게 빚 거래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A증권사는 은행 개설 계좌의 15일 이내 신용융자 이자율을 연 13%에서 연 7%로 대폭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고객에게는 관련 매매 수수료를 면제해준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가장 15일 이내 신용융자 이자율이 낮은 곳으로 우리투자증권(5.9%), 유화증권(6.5%), 하이투자증권(6.5%), 대우증권(7%), 삼성증권(7%), IBK투자증권(7%), 이트레이드증권(7%), 한화증권(7%), 교보증권(7%) 현대증권(7.2%), 한국투자증권(7.5%), 신한금융투자(7.5%), NH투자증권(7.5%), SK증권(7.5%) 등이 포함된다. 반면 KTB투자증권(12%), 키움증권(12%), KB투자증권(11.7%) 등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신용융자 이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주가급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으로 반대매매가 속출하면, 이는 주가 낙폭을 확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7월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서면서 신용융자는 한때 6조원 내외를 기록했지만 한달도 안돼 지수가 1600선까지 밀려나 1조원 이상 급감한 바 있다. 지수가 단기조정을 받을 경우에도, 신용융자 종목 대부분이 변동성이 커 외부 영향에 쉽게 노출되는 취약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같은 조치로 최근 금융당국은 '신용공여 잔액 급증과 관련한 투자자 신용등급별 가이드라인 준수 및 리스크 관리'에 관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문을 회원 증권사들에 일제히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응식 금투협 증권시장 팀장은 "코스피 지수가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신용융자잔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감독당국이 증권사들의 감독을 상시로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 스스로가 리스크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당국의 조치에도 불구, 이는 증권사들의 '주의 환기'차원에 그칠 뿐 자체적인 내부적인 자율규정에 맡겨져 당장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등 리테일쪽 영업망을 늘리기 위해 다소 위험한 신용영업을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신용 한도금액 등이 초과된다고 해도 금융당국이 제재조치만 취할 뿐, 법적으로 감독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특히, 온라인증권사는 수익 대부분을 주식위탁영업에서 창출하기 때문에 신용공여 등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용매물의 증가는 주가하락시 투자자들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신용융자 잔고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AP시스템(10.45%)과 케이엔디티(10.00%)다. 이외에도 엘오티베큠(9.09%), 아토(9.09%), 피에스텍(8.87%), 광명전기(8.71%), 동양철관(7.98%) 등이 신용융자 잔고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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