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조회공시, 기업 부실화 '신호탄'
횡령·배임조회공시, 기업 부실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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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공시 기업 9개 중 6곳 경영권 흔들
거래소, "이미 인지한 사실…새삼스럽다"

[서울파이낸스 양종곤 기자] 상장사들의 횡령·배임 조회공시가 실제 기업 경영권 부실화 신호로 나타나며 투자자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횡령·배임 조회공시를 받은 기업 중 대부분 수사결과 혐의가 입증되는 등 실제 경영부실악화 결과로 나타난만큼 번복공시, 기간, 답변 모호성 등 그간 제기된 조회공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일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회공시 전체 149건 중 횡령배임건이 25건으로 16.8%를 차지했고 전년 상반기 12건 대비 2배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거래소는 조회공시 강화의지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제재안은 나오지 않아 이들 기업들에 대한 불신만 시장에서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거래소의 횡령·배임설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9개 기업을 살펴본 결과, 이들 대부분은 '혐의에 관해 조사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8일 기준 전·현 대표이사 구속 결정 2곳, 상장폐지 1곳, 거래정지 1곳, 공동대표 또는 대표이사 변경 3곳 등으로 나타났고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먼저 에듀패스는 지난 7월 26일 전·현직 대표이사 횡령·배임조회공시를 받고 다음날 혐의에 관해 조사중이나 확정된 사항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205원(-14.86%) 내린 하한가로 11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6일 전 대표이사 횡령혐의 징역 3년이 결정됐고 현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지만 지난 7일 기준 주가는 777원에 거래되고 있다.

핸디소프트 역시 지난 7월 8일 횡령·배임조회공시 요구에 '횡령수사 중이나 구체적 확인 사실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조회공시 당일 이후 3일 연속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지난 8월 30일 전 대표이사 290억원 횡령 혐의 확인 이후 거래정지된 상태다.

조회공시 이후 최종혐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표이사 또는 경영불안감에 경영진이 바뀐 경우도 있다. 알에스넷은 지난달 14일 횡령 배임설 조회공시를 받은 이후 지난달 28일 사외이사는 중도 퇴임했다. 엑큐리스 역시 지난 7월 26일 공동대표체제로 변경됐다.

스카이뉴팜의 경우 지난 8월 13일 횡령보도설 조회공시에 대해 고소사실은 있으나 고소취하 상태로 밝혔지만 지난 6일 공동대표체제로 변경했다.

브이에스에스티 경우는 결국 상장폐지됐다. 브이에스에스티는 대표이사가 89억5400만원 횡령, 허위 재무재표를 작성해 80억원 분식회계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며 지난달 30일 상장폐지됐다.

현재 대표이사 해외로 확인불가를 밝힌 네이쳐글로벌을 제외하고 지오멘토, 클라스타는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후 횡령·배임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같이 횡령·배임조회공시는 기업 부실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횡령·배임조회공시가 나온 경우 거래소가 대부분 주요 증거자료를 갖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과거 전례에 비쳐 횡령· 배임설이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조회공시 강화 요구는 그간 반복되서 불거져 나왔다. 연세대 손성규 교수는 "조회 공시 문제점은 미확정, 부인 등 모호한 답변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혼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투자분석부 임상국 연구원은 "번복공시는 공시위반이지만 헛점을 악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조회공시에 대해 불분명한 답변을 냈다가 확정공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조회공시 문제점 지적은 새삼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미 과거부터 지적되온 이슈"라며 "답변 모호성, 기간, 번복 공시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제도적 보완과 감시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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