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던' 퇴직연금시장, 불씨 꺼지나
'타오르던' 퇴직연금시장, 불씨 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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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퇴법 개정 표류 + 대기업 불참에 시장 '찬물'
"계열사 밀어주기, 은행 꺾기로 中企 독식" 심각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각광받던 퇴직연금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올해 말 퇴직보험·신탁의 종결로 시장파이가 급속도로 팽창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2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과, 연말 '대어급' 기업의 퇴직연금 전환이 미뤄지며 시장파이가 줄어들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퇴직연금 적립액은 19조 6649억으로 10월 현재는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이 2년만에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20조원 규모의 퇴직보험·신탁의 종결로 기업들의 손비인정한도가 폐지, 특히 연말 퇴직연금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퇴직연금 관계자는 "지난해 말 업계에서는 올해 퇴직연금 시장규모가 45~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점쳤지만, 올해 들어서는 40조, 35조, 30조원 규모로 점차 시장파이 전망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 연말 퇴직연금 전환이 예상되던 KT,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들이 퇴직연금 도입을 미뤄, 퇴직연금시장이 25조원 내외로 축소될 것이란 점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이와 같은 시장파이 축소에는 근퇴법 개정안이 주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 국회에 상정된 근퇴법에는 근로자의 수급권 강화를 위해 퇴직금 중간정산 제한, 신설기업 퇴직연금 우선가입, 복수 사용자의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퇴직사업자들은 시장활성화를 위해 근퇴법 수정안을 당국에 수차례 요구해 왔다. 하지만 아직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늦어도 올 중순에는 개정될 것으로 보이던 근퇴법에 맞춰 기존 퇴직연금 시스템을 수정 및 전면 재구축을 준비 중이었지만, 국회에서 장기간 체류돼 어렵게 됐다"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근퇴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늦장 대응은 중간정산 축소 등 근로자 수급권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연말 최근 가장 퇴직연금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SK그룹도 퇴직연금 도입 전 중간정산으로 인해 올 연말 퇴직적립금이 8000억 규모로 축소됐다. 이에 증권사들은 대기업이 빠진 상황에서 몇 백억 작게는 몇 억 규모의 중소업체들의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출과 연계한 꺽기 등을 통한 은행권의 불건전 가입권유행위가 지속되고 있고 대기업들이 계열 금융사들에게 퇴직연금을 몰아주는 '품앗이'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당장에 기대수익이 나지 않아 몇몇 대형증권사는 퇴직연금 본부를 리테일사업부 내 법인영업부 등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퇴직연금 한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인사고가에 퇴직연금 유치를 적극 반영하기로 해 중소기업 유치에 은행들이 '죽기살기'로 뛰어들고 있다"며 "당장에 '대어'들이 빠진 마당에, 중소기업마저 대형금융사나 은행들이 독식하고 있어,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퇴직연금 규모가 최소 1조원 이상으로 올 연말 '최대어'로 손꼽히던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도 내년 이후 사업자 선정을 마칠 것으로 예상돼, 사업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은 사업자선정에 있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지만, 계열 증권사인 HMC투자증권이나 하이투자증권 등은 사업자선정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업자선정을 연내에 실행한다 해도 계열사들에게 대부분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시장이 그동안 고금리 출혈경쟁이나 부가서비스 등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운영시스템 및 전문화된 자산관리 상품 등의 출시로 내적인 기반을 닦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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