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해외투자 잇따른 구설수
은행권 해외투자 잇따른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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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해외 투자가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배영식(한나라당) 의원이 은행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은행국(DFI)으로부터 LA한미은행의 지주사인 '한미파이낸셜코퍼레이션(HAFC)'의 지분 인수를 승인받았다.

우리금융은 HAFC가 발행하는 신주를 주당 1.2달러씩 최대 2억4천만달러 규모로 인수, 이 회사의 지분 51% 이상을 확보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다.

하지만 배 의원은 HAFC의 주가가 지난 5월 계약 당시 2.3달러에서 4일(현지시각) 현재 1.25달러로 추락해 가격 산정이 적정했는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또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회생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HAFC의 공적자금 지원 요청을 거부한데다 연말까지 4년간 HAFC의 당기순손실이 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유상증자를 통해 2억4천만달러를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금융의 LA한미은행 인수 계약을 기획, 입안했던 리딩투자증권이 계약 성사 시점에 보유 중이던 HAFC 주식 507만주를 약 1.5달러에 매각한 것도 LA한미은행의 정상화가 어려워져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이에 대해 HAFC의 지분 인수가격은 지난 3월말까지 누적 적자가 반영된 장부가에 비해 45% 낮은 수준으로 산정했으며, 리딩투자증권의 지분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서는 지난 7월 HAFC의 증자가 이뤄지면서 주식 수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1.2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점이 시장의 긍정적인 시각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2005∼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부도스와프(CDS)에 각각 10억7천만 달러와 4억8천만달러를 투자해 12억5천만달러(1조5천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관련 업무를 주도했던 실무자들은 우리금융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신한은행도 미국법인인 신한뱅크아메리카(SHBA)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부실해지자 작년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해 3천만달러가량 증자하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전담직원 7명을 급파한 적 있다.

국민은행은 2008년 유동성 등 각종 문제점을 무시하고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41.9%를 9천392억원에 사들였다가 4천억원의 손실을 초래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뒤 은행 자기자본의 100분의 1을 넘거나 출자회사의 경영권 지배를 목적으로 한 신규투자는 이사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을 받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금융당국은 강정원 전 행장이 BCC에 대한 외부자문사의 보수적인 평가를 제외한 채 낙관적인 평가만을 이사회에 보고했고, 유상증자 과정에서 시가에서 20∼30% 할인해 매입할 수 있다는 점과 BCC가 현지 감독당국으로부터 충당금 추가 설정과 증자 요구를 받은 사실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배임 가능성도 제기했다.

배영식 의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산업은행이 빈 껍데기 리먼브라더스를 500억달러에 인수했다면 결과가 참담했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해외 투자에 대한 사업성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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