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된 관치금융 '은행이익 대출 의무화'
진화(?)된 관치금융 '은행이익 대출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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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의 월권… 관치금융 자초하나"

[서울파이낸스 김미희 기자] 정부여당과 은행연합회가 합작한 '은행 이익 대출' 논란이 파장을 키우고 있다. 친서민 정책을 위해 은행권을 볼모로 잡은 정치적 흥정의 결과물이란 점과 연합회와 은행권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1일 정치권과 은행권에 따르면 한나라당 서민대책특별위원회(서민특위)가 "영업이익 10% 서민대출 의무화는 은행의 공적기능 회복을 위한 조치"라 압박하자, 각 은행권에서는 "서민대출 목표액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민금융 확대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출 비율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현 정부의 집권후반기 아젠더인 '공정사회'와 '서민정책' 등에 맞춰 여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친서민을 앞세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란 얘기다. 

■ 은행 공적기능 회복 vs 금융 자율성 훼손 
은행연합회가 관치금융을 자초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29일 홍준표 서민특위원장을 찾은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서민금융상품 도입방향을 보고했다.

이날 신 회장은 "은행 자율로 의무대출 비율을 맞추도록 하겠다"며 "새로운 서민 대출 상품을 은행권이 공동으로 내놓으면 영업이익 10% 이상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상품을 직접 다루게 될 은행들과 협의조차 거치지 않아 연합회의 월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전체에 파급력이 상당한 주요 사안에 대해 여당 핵심관계자에게 바로 보고한 것은 정치적 접근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강제적 의무 대출규정이 은행권에 도입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의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미 또 다른 서민대출사업인 미소금융에 단계적으로 자금을 출연키로 한 상태"라며 "모럴해저드 방지를 위해 선별 지원해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무조건 영업이익 10%라는 목표를 맞추라고 하면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 측은 "은행권의 서민 대출 지원 의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맞게 될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특위에 새 서민대출 상품 도입 계획을 알린 것 뿐"이라며 "두 달 전부터 은행권 공동 서민대출 상품을 개발 중에 있으므로 향후 은행들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에서도 은행법 개정을 일단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준비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은행권 내에서 자율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굳이 강제적으로 입법화할 뜻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이달 4일 시중 은행장들과 서민대출 목표액 설정 여부 등에 대해 협의한 후, 다음 달 말쯤 관련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방침이다. 새로 출시될 서민 대출상품은 신용등급 4∼6등급이거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다. 대출한도는 희망홀씨 대출한도(개인당 2000만원)를 감안해 설정할 것으로 보이며, 금리는 햇살론(5월 기준 평균 연13%)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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