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을 보는 눈
통일비용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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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통일세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시기와 의도 등을 놓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집권하자마자 남북 관계를 계속 경색국면으로 끌고 온 데다 통일에 대한 제대로 된 청사진도 제시한 바 없는 현 정부가 갑자기 막대한 통일비용을 추산하면서 통일세를 걷어야 한다니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가가치세에 얹어 부과하는 방안까지 예시돼 이게 친서민 정책이냐는 반발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의도 혹은 판단의 근거가 어디에 있든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경축사가 나온 직후 급변사태로 인한 통일비용을 2,500조원까지 추산 발표함에 따라 통일비용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래기획위원회도 점진적 개방을 통한 통일비용은 380조원까지 낮춰 잡았으나 그 마저도 정부의 1년 일반 예산 규모의 2배 가까이 되는 막대한 비용이다.

설마 통일비용을 세금에만 의존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터이니 남북격차 해소 기간을 10년으로 잡고 해마다 예산의 20%씩을 배정할거라는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통일 분위기에서 멀어져만 가는 듯 보이던 정부가 갑자기 막대한 통일비용을 제시하며 통일세 얘기를 꺼내니 대중적으로 통일 부담감만 키우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통일비용에 관한 현 정부의 발표는 그 자세한 근거는 잘 모르겠으나 그간 국내외의 민간 연구자들에 의해 산정된 규모를 절충한 인상이 짙다. 물론 그렇다 해도 최소 비용은 상당히 크게 잡았다는 인상을 준다.

현재 통일비용에 대한 국내 연구로는 중앙대 신창민 교수가 지난 2005년 발표한 ‘통일비용과 분단비용의 재점검과 시사점’이라는 논문이 대표적이다. 이 논문에서 신교수는 통일이 빠를수록 통일비용도 적게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남북 소득격차를 1/2 수준까지 만드는 소득조정기간 10년을 기준으로 2010년에 통일하면 6,161억 달러, 2020년 통일하면 8,210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계산했다. 이 계산은 북한이 계속 폐쇄, 고립된 상태에서 남북한 간 소득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외 연구자들의 통일비용 계산은 연구자에 따라 최대 5조 달러(약 5,800조원)부터 최소 620억 달러(72조원)까지 심한 편차를 보인다. 최소 2조 달러에서 최대 5조 달러까지의 시나리오는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센터 연구원인 피터 벡이 올 초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 등장한다. 통일 후 북한 지역 주민의 소득을 남한 지역 주민의 8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30년간 소요될 비용이다.

이에 비해 같은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미국 랜드연구소의 국제경제 전문가인 찰스 울프는 통일 이전에 북한의 GDP를 향후 5~6년간 현재의 2배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통일비용은 620억 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쓴 글에서 주장했다.

그런데 정부나 민간의 통일비용 논의에는 몇 가지 결핍된 부분이 보인다.

첫째는 통일되지 않은 현 상태가 유지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과의 비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2005년 당시 민주당 임채정 의원이 11월 국정감사에 맞춰 내놓은 자료집 ‘분단 손실과 남북 화해 협력의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병력 축소, 국방비 지출 감소 등에 따른 경제적 기대비용에 군부대 점유 토지 규모 축소에 따른 기대비용, 통일부 예산 등을 포함할 경우 한해에 20조6,940억 원의 분단비용이 든다. 이 비용에는 계량이 불가능한 남북대결외교 등 대결체제 유지비용은 제외됐다. 개략적으로나마 10년간의 분단비용을 합칠 경우 200조원이 넘는다.

둘째는 통일에 따른 생산력의 증가 등 비용 외적 경제효과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만 부각시킬 뿐 부족한 노동력의 대거 유입, 북한 지역의 미개발 자원 등 긍정적 효과는 무시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정부가 고비용 비효율의 흡수통일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대북 지원은 일방적 퍼주기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채우며 통일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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