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검찰 숨바꼭질..방점찍나
김승연 회장 검찰 숨바꼭질..방점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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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비자금 규모와 조성 과정, 용처 파악이 관건”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서울파이낸스 김미희 기자] 검찰이 한화증권의 그룹 비자금 조성,관리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추정되는 비자금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 검찰은 한화가 그룹(회장 김승연ㆍ사진) 차원에서 비자금 조성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난 7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첩보에는 한화증권이 정체가 불분명한 여러 개의 계좌를 통해 수백억 원의 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부지검은 곧바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검과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금감원이 확보한 계좌에 대한 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내사단계로 구체적 혐의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법조계에서는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그동안의 대기업 비리 수사에서도 흔히 봐왔던 수법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도 검찰이 자체 내사사건에 이례적으로 중수부 검사 2명을 서부지검에 파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관련, 이번 사건을 올 하반기 사정 수사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검찰에서 그동안 내사를 벌여 왔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최근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며 “다른 재벌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의혹 속에서도 법 테두리를 교묘히 벗어났던 한화그룹과 김승연 회장에게 검찰이 드디어 메스를 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한화증권 관계자들을 소환한 후, 회계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한화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금액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여기에 한화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증권은 회사에 개설되어 있는 5개 계좌에 대해 금감원 조사 당시 충분히 소명을 했다”며 “해당 계좌는 오래 전에 개설돼 지금까지 방치돼 왔던 것으로 금액이 미미하며 비자금 등 회사와는 관련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 잊을만하면 터지는 한화그룹 비리
금감원이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1989년부터 2003년까지 한화증권 차명계좌를 통해 300억~500억 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관리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 또한 “문제가 된 5개 계좌는 금융실명제 이전(1993년)에 만들어졌으며, 2004년에 단 한 푼의 잔액 없이 계좌가 해지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점은 계좌 해지 시점이다. 2004년은 노무현 정부 시절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 시기와 맞물린다. 당시 불어 닥친 검찰의 칼바람으로 대기업과 정치권의 검은 거래가 모두 터져 나왔고, 김승연 회장 역시 정치자금 10억 원을 건넨 혐의로 고등법원으로부터 벌금형(3천만 원)을 받았다.

김상조 소장은 “당시 김 회장은 출국금지 조치 하루 전에 미국으로 출국해 해외도피 논란이 일었었다”며 “이후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형이 낮아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화그룹 관련 의혹들은 김대중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 좀 더 큰 틀에서 봐야 한다”며 “대한생명 인수 당시에도 얼마나 말이 많았는가.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물에 물 탄 듯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토로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한화그룹 관련 비리사건. 그룹 총수인 김승연 회장은 지난 1993년 해외 공사 커미션으로 미국의 호화 별장을 사들였다가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하지만 50여 일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005년에는 대한생명 인수 비리와 관련해 대검찰청에 소환됐지만, 이때도 역시 부회장만 처벌되고 김 회장 본인은 사법처리를 면했다. 2007년에는 보복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검찰과 경찰에 모두 소환된 그룹 총수란 타이틀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김상조 소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도 있고 다음 달에 국감도 시작되므로 이번 만큼은 검찰이 흐지부지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기업이 어떻게 자금을 조성하고 어디에 쓰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 대통령이 칼을 겨눈 만큼, 김승연 회장과 검찰의 숨바꼭질은 이제 끝났다는 설명이다.

한편, 서울서부지검은 7일 한화 측 관계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한화그룹 본사에서 김승연 회장이 주재하고 계열사 대표이사와 해외법인 대표 등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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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Pk 2010-09-14 21:35:29
사람이 떳떳하다면 차명계좌 내역과 흐름들을 검찰이 조사해도 당당해야 하는 거다. 한화김승연 회장은 스스로가 떳떳하다고 생각되면 검찰이 조사하게 내버려두고 검찰이 찾아내는 사실에 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자기들이 충분히 소명했다고 하는데 검찰이 그럼 심심해서 멀쩡한 기업을 들쑤실까. 기자도 독자도 다 유추할 수 있는 그런 결과가 보이니까 그런 거 아닌가. 기업인 출신 대통령도 수상쩍으니까 시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