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골칫덩이' 스팩, 부활할까?
증권사 '골칫덩이' 스팩, 부활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보KTB·그로쓰알파스팩 등 잇단 청약 실패
합병 기대감 고조…"흥행여부가 최대 관건"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시장이 좀처럼 깨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올해 초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승승장구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투자열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며 공모가 언저리에서 주가가 머물러 있다. 또, 상장을 준비중인 스팩들도 공모주 청약에 잇따라 실패하며 증권사들의 골칫덩이로 전락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안한 증시와 과열경쟁, 수요부족 등으로 스팩투자 열기가 식어 고전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스팩 자체가 M&A(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상장된 주식이기 때문에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올해 3월에 스팩을 상장한 증권사들은 내년 초 합병을 목표로 최근 인수 대상기업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요예측 실패로 한차례 공모를 연기했던 교보KTB스팩이 지난 18~19일 이틀간 진행된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0.84대 1로 마감하며 또다시 공모주 청약에 실패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히든챔피언스팩, 솔로몬투자증권의 SBI&솔로몬스팩, 대신증권의 그로쓰알파스팩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한국투자증권과 HMC투자증권은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배정물량 이상의 자금이 몰려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이같은 스팩 공모청약 부진은 주관사인 증권사들의 부담으로 이어져 대신증권은 30억원, 솔로몬투자증권측은 53억원 가량의 실권 물량을 인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한 교보KTB스팩 대표주관사인 교보증권과 KTB투자증권은 각각 22만 230주( 8억 8092만원)를 떠안게 됐다.

스팩은 일반투자자 공모를 통해 '껍데기회사(Shell Company)'를 증시에 상장한 후, 우량 비상장사와 합병하는 것을 사업목적으로 한다. 합병시까지 공모금액의 90%이상 예치에 따른 안정성 및 주식매매에 따른 유동성, 합병에 따른 매매차익 등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며 초기에 투자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초반 과열됐던 시장이 버블이 꺼지며 소강상태를 유지하는 현 시장이 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설립 1년 뒤에 합병을 해야 하므로 내년 3월이 돼야 합병기일 기준이 되지만, 증권사들은 현재 인수기업을 물색하고 있어 빠르면 올 연말안에 구체적인 인수 대상 기업이 발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스팩관련주들은 하반기 합병 작업이 가시화 될 것이란 기대감에 일제히 급등세를 연출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스팩1호'가 회계 결산일을 6월에서 12월로 변경한 것을 두고, 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시장의 해석이 나오며 관련 주가가 일제히 상승흐름을 보인 것이다.

증권사 한 IB담당 관계자는 "올 3월에 가장 먼저 스팩을 시작한 대우, 동양종금, 현대, 미래에셋증권 등은 합병에 대한 시기가 한시적이므로 늦어도 내년 초 인수합병을 위해 현재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현재 우량 비상장회사 리스트를 뽑아 기업들의 적합성 여부를 투여하는 과정중에 있다"고 귀뜸했다.

이어 "현재 스팩시장이 아무래도 침체해 있는 상황이라, 증권사들이 합병이 이뤄졌을때 흥행성여부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며 "첫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지금은 서로간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합병을 위해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증권사들이 녹색성장 등과 같은 비슷한 피인수기업을 노린 스팩을 상장시켜 논 상태라, 앞으로 합병이 발생할 때에 피합병법인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스팩에 대해 최대주주의 3년 지분 매각제한을 제외한 것처럼, 1년 내 합병시 스팩에 대한 세제혜택(과세이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장된 스팩들은 녹생성장 관련해 합병대상을 찾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스팩들의 성격이 한쪽으로 몰리면 장외기업 물량이 충분치 않을 뿐만이 아니라, 합병 대상 기업의 몸값이 치솟아 합병에 대한 경쟁력 및 협상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