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신용정보사, 채무자 정보제공 범위 '갈등'
채권추심-신용정보사, 채무자 정보제공 범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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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등 최신 정보" 요구..."악용 소지있어 곤란"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신용정보회사가 채권추심회사에 채무자의 최신 식별정보(전화번호, 주소 등)를 제공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채무자들의 채무 이행 지연으로 성실하게 채무를 변제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이자비용이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채권추심회사들이 채무자의 오래된 식별정보로 인해 채권 추심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문제다.

반면 금융당국은 채권추심회사에 채무자의 최신 식별정보가 제공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식별정보가 악용될 소지가 있어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9일 신용정보업계에 따르면 채무자의 신용정보 중 최소한 식별정보만이라도 최신의 것으로 제공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식별정보의 경우 금융회사가 채권추심회사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식별정보가 오랜 된 것이 많아 채권추심회사가 채무자를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형평성’ 측면에서 최신의 식별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이다. 한 채권추심회사 대표는 “성실하게 채무를 갚아나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차이를 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채무 불이행자의 식별정보를 그렇지 않은 사람과 똑같이 보호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자 비용 전가를 막기 위해서도 채무 불이행자의 최신 식별정보가 채권추심회사에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에서는 대출시 저신용자 일수록 불량률이 높다고 판단해 신용이 높은 사람보다 높은 이자율을 적용한다. 불량률이 높으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대손비용 및 채권추심비 등이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신용자의 불량률이 높아지면 추후 동일 등급의 저신용자가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때 이자율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저신용자 일수록 불량률이 높다.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저신용자의 불량률(지난해 3월말 기준)은 8등급 13.50%, 9등급 30.18%, 10등급 56.00% 등이다. 반면, 신용등급 1, 2, 3등급의 불량률은 0.13%, 0.24%, 0.47% 등이다. 불량률은 기준시점 대상자 중 기준 시점 후 12개월간 관찰하는 동안 불량으로 등재된 대출 보유 고객의 비율을 말한다.

이 같이 업계가 주장하는 최신의 식별정보 필요성과는 달리 금융당국은 식별정보 제공에 어정쩡한 입장이다. 식별정보가 제공돼 자칫 정보 오남용으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말 국내 한 신용정보회사는 채권추심회사에 최신의 식별정보를 한 달간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금감원에서 식별정보 제공에 따른 채무자 정보 오남용의 가능성이 있다고 신용정보회사에 우려를 표하자 신용정보회사는 식별정보 제공을 한 달 만에 철회했다. 이 신용정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식별정보 제공을 하지 말아줄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식별정보를 제공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식별정보가 제공됐을 때 정보 오남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언급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용정보법 상 식별정보 제공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금감원의 어정쩡한 태도와 금융소비자에 대한 정보 오남용 등의 우려로 식별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신용정보사간 경쟁으로 인해 최신의 정보를 보유한 신용정보사의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식별정보 제공의 문제점을 금융당국에 건의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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