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 '新운영체제' 윤곽
자산운용사들 '新운영체제'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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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 이어 운용책임자 교체 잇따라
수익성 악화 등 위기 극복 위한 인적 쇄신

[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올해 상반기 정기 주총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새로운 운영체제의 윤곽이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용책임자(CIO) 교체 등 굵직한 인사이동이 어느 때보다 눈에 띄었다.

지난해말부터 이어진 펀드 대량환매와 자문형랩의 성장에 따라 주식형펀드의 위상이 흔들리는 등 자산운용업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고책임자의 인사이동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곳은 우리자산운용이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 5월말 차문현 전 유리자산운용대표를 신임 최고경영자로 영입한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 대표를 맡았던 장동헌씨를 운용본부 총괄 전무(CIO)에 선임했다. 경영과 운용의 수장을 교체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짠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인덱스 펀드 명가로 자리매김하려는 우리자산운용이 인덱스펀드의 전도사로 불리는 차 대표를 영입한 것은 우리운용이 추구하는 장기목표·방향과 맞아떨어진 최적의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자산운용 측은 운용부문에서 큰 그림을 그려 줄 장 전무를 영입함으로써 '명가' 도약에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장동헌 전무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환경에 대처하고, 현재 우리자산운용의 자산운용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았다"며 “국제적인 감각, 경험을 바탕으로 신상품 개발과 우리자산운용의 운용전략 수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장동헌 전무는 23년간 자산운용사, 증권사, 금융감독원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형태의 자산운용 관련업무를 수행해온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펀드매니저로서도 탁월한 운용성과로 자산운용업계에서 상당한 명성을 쌓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차문현 대표가 떠난 유리자산운용 대표 자리는 박종규 전 현대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대표가 채웠다. 이어서 지난 12일에는 김현욱 KB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을 새로운 주식운용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박 대표와 김 본부장의 영입은 패시브 인덱스펀드에 강점을 가진 유리자산운용이 액티브펀드 강화에도 힘을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국내 1세대 스타 펀드매니저로서 지난 2006년 7월부터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대표로 재임하면서 운용자산을 2조원 규모로 성장시키는 성과를 거뒀으며 가치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펀드 운용과 체계적인 조직관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리자산운용은 정통액티브 주식형 펀드 강화를 위해 우수한 매니저를 추가 채용하는 한편 운용프로세스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박종규 대표가 맡았던 현대인베스트먼드 자산운용 대표 자리는 김석중 피닉스자산운용 전 대표가 옮겨왔다.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은 이에 앞서 장득수 전 슈로더투신운용 전무를 신임 CIO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금융투자업계에서 25년 동안 일하면서 리서치와 국제영업, 법인영업 등을 고루 경험한 베테랑으로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교보증권 상무,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 법인국제조사본부 부사장을 역임했다.

피닉스자산운용은 안병엽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안 대표의 선임은 장관을 비롯한 다양한 공직과 국회의원, 대학교 총장, 카이스트 석좌교수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거물급 인사의 영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과 관련한 경험이 부족한 안 대표가 자산운용사의 수장으로써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식펀드 강화의지를 담은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인사이동도 눈에 띄었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은 지난 1일 전용배 기관 및 리테일 영업 총괄 상무를 신임 대표로 승진 임명했다.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이 1997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최초로 한국인 CEO로 임명했다는 점에서 한국시장에서의 영영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슈로더투신운용은 지난 12일 김상철 전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를 국내주식운용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전길수 슈로더투신운용 대표는 "장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성과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 출시를 통해 국내와 해외 업무의 다양성과 균형을 이루겠다"며 "김상철 본부장이 최상의 운용 성과를 시현할 수 있도록 국내 전문 운용팀 및 리서치 팀의 보강을 곧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국내 주식형펀드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대량환매와 수익성 악화, 자문형랩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주식형펀드의 위기감 확산 등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최고책임자들의 인사 이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 개선 및 사업영역확대, 분위기 쇄신을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노력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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