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워크아웃'…증권사 후폭풍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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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종금·메리츠종금證 등 PF관련 부실여신 발생
1Q 수익악화 우려…"시장전반 큰 파장은 없을 듯"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구조조정으로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 기업들이 속출하자 증권사들에게도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지부진한 증시로 브로커리지 수익감소 및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등 전반적인 영업환경이 악화되며 1분기(4~6월) 실적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건설사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참여로 인한 대규모 대손충당금마저 쌓아야 할 처지에 놓이자 울상을 짓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등급(부실징후기업)을 받은 총 38개 업체들 중에서 25개사가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구조조정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중 남광토건, 세광중공업, 벽산건설 등은 워크아웃이 최종 확정돼 이미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PF사업에 참여했던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 수익성 악화가 어느 정도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건설사 3곳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대출금이 3개월 연체되는 등 담보대출과 PF를 포함해 약 632억원의 부실여신이 발생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이번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인해 1분기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기존에 계약을 했던 건설 PF부분들이 부각되는 것일 뿐 신규 프로젝트에 의한 손실은 없다"며 "종금업무의 특성상 담보형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해 영향을 미쳤지만, 향후 담보 매각 등 채권회수 관련 제반 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에도 동양종금증권은 대우자동차판매 소유 부동산에 담보대출을 했지만 대우자동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400억원의 부실여신이 발생했다. 같은 달 아파트 개발사업 관련 부동산 담보대출로 인해 200억원의 부실도 떠안게 됐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예원건설 PF에 투자했다가 벽산건설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채권 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 개시 결정에 따른 채권행사 유예로 104억 5000만원의 부실여신이 발생했다.

이번 부실은 지난 3월 벽산건설이 파주 운정지구 시행사인 예원건설과 금융기관간 3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약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PF에는 시공사인 벽산건설이 지급보증을 섰으며 대출 조건은 만기 1년, 금리 9.5%로 알려졌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달에도 성우종합건설과 현대시멘트가 워크아웃에 들어가 200억원의 PF 부실이 발생했다.

이처럼 최근 한 달여만에 300억원에 달하는 PF부실이 발생함에 따라 메리츠종금증권은 대손충당금으로만 부실여신의 20%수준인 60억원 가량을 이번 1분기에 적립해야 한다.

이외에도 한화증권은 지난 1월 200억원 규모의 금광기업 기업어음을 판매했지만 금광기업이 지난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돼 손실이 불가피해졌고, HMC투자증권도 현대시멘트 무보증 회사채 발행주관사를 맡아 200억원을 인수했지만 지난 6월 현대시멘트의 워크아웃 개시로 원리금 상환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구조조정 여파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일치한다. 하지만 기존 자산유동화증권(ABS),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이 이미 다량으로 발행된 만큼, 대형증권사뿐만이 아니라 비상장 증권회사들도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우량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자 IB(투자은행)업무 비중을 높이면서 부동산 PF를 비롯한 자기자본투자를 공격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에 자금회수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유진투자증권이나 KB투자증권과 같은 비상장회사들이나 'AA'등급 이상의 우량증권사가 보유한 PF채권 등 일정부분 기초자산이 되는 채권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문제가 생길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증권사들의 ABS, ABCP 발행이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충당금자체가 다소 감소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 전반에 미치는 큰 파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증권사의 PF대출 잔액은 약 2조 5000억원, 연체율은 29.5%(약 7천500억원)로 최근 공적자금이 투입된 저축은행의 3월말 연체율(13.7%)보다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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