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회장의 '노이즈 마케팅'
어윤대 KB회장의 '노이즈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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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노이즈 마케팅'이란 각종 이슈를 요란스럽게 치장해 구설수에 오르도록 하거나, 화젯거리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시켜 판매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이 마케팅 기법은 상품시장은 물론 연예산업, 최근에는 정재계로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미지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지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최근 정치권을 넘어 금융계로 확산되고 있는 '영포회' 및 '선진연대' 파문을 들여다보면,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포회와 선진연대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후선 지원한 사적 네트워크로, 영포회는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으로, 선진연대는 KB금융 회장인선 개입 의혹을 사고 있다. 야권에서는 '권력형 비리'로 몰아갈 정도로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시간을 올 초로 되돌려 보자. 당시 어 내정자는 한은총재는 물론 KB금융 회장의 유력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공기업과 사기업이라는 전혀 다른 특성의 수장 자리에, 그것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거명되면서 금융권에는 '관치금융'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후 어 내정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이라는 도덕적 결함을 이유로 한은총재에 낙마하자, 시장에는 기다렸다는 듯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설'이 불거졌다. 선진연대의 KB금융 회장 인선 개입의혹의 발단은 이보다 한두달 전인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말 강정원 은행장은 KB금융 후보로 내정된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의 중도사퇴로 KB금융 회장에 단독으로 출마하게 된다. 선진연대 개입 의혹의 시점은 회장 선출작업 전후로, 선진연대 출신 인사 일부가 당시 유력후보와 접촉한 정황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선진연대의 지원을 받은 강 행장이 회장내정 직후 금융당국의 종합검사 압박에 못이겨 회장직 사퇴의사를 밝히자, 금융권에는 '청와대 개입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염두한 KB금융 회장이 따로 있다는 분석에 기인한 설이다.

이후 금융감독당국은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의 전횡을 문제삼아 강 행장을 회장으로 추대한 KB금융 사외이사의 대대적 물갈이를 유도했고, 새로 구성된 사외이사 대부분이 TK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의혹은 더욱 확산되기도 했다.

KB금융 회장 선출을 둘러싼 의혹이 이처럼 난무하지만, 내부의 동요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마저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M&A 관련 발언만 취소한다면 환영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말로 어 내정자에 대한 환영의 뜻을 애둘러 표현하고 있다. CEO 선임 때마다 '낙하산 인사'에 알러지 반응을 보여온 전례를 비쳐보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1년 가까이 지속돼온 리더십부재 사태가 조속히 매듭지어지기 위해서는 '정치권에도 먹히는 박패막이' CEO가 필요하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영포회' 의혹이 단순 '설'로 결론날지 '진실'로 밝혀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 내정자로서는 정치권으로부터 불거져 나온 잡음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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