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매각 놓고 KDI-금융硏 정면 충돌
조흥銀 매각 놓고 KDI-금융硏 정면 충돌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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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매각" vs "제 3의 길" 팽팽
조흥은행 매각을 놓고 국책 연구소의 맏형인 KDI(원장 김중수)와 민간 금융 연구소의 대표 격인 한국금융연구원(원장 정해왕)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로 대표되는 국책 연구소는 조흥은행의 신속 매각을, 은행연합회 산하 한국금융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각각 주장하고 있어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조흥은행 매각이 지난해 10월 갑자기 재경부 고위층으로부터 추진된 것은 주지의 사실. 국장급 실무라인도 조흥은행 매각 지시를 갑자기 하달 받고 허둥지둥했다는 후문.

전통적으로 재경부 등 정부의 경제정책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온 KDI는 이번에도 역시 조흥은행의 신속 처리를 주장하고 나서 제역할을 하고 있다.

KDI는 최근 인수위에 보고한 업무 자료에서 조흥은행을 신속히 매각해야 한다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고했다.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개혁정책으로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향상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근거를 댔다.

KDI의 이러한 보고는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뜻과 동일한 것이다. 전 장관은 지난 16일 공자위 전체 회의에서 이근영 금감위장과 조흥은행의 조속한 매각을 주장해 소수파로 몰리기도 했다.

KDI의 이러한 입장은 그러나 다소 논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DI는 일관성 있는 개혁정책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나 외신들이 은행 민영화에 관심이 높다는 이유를 조흥은행 조속 매각의 근거 논리로 제시했다. 국내외 은행산업의 대형화 및 향방에 대한 분석은 다소 미흡했다는 후문.

그러나 한국금융연구원은 KDI와 정반대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해외의 은행 대형화는 시장팽창, 겸엄화 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 물론 은행 대형화는 필요하지만 국내 은행시장을 고려하면 다른 방향이 타진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속칭 제 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

금융연구원은 이에 따라 조흥은행 매각을 서두르거나 맹목적인 은행 대형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겸엄화, 국민은행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위권 은행 덩치 키우기, 전문성을 갖춘 3위권 은행 육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재경부는 KDI의 입장만 추종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재경부는 지난해 12월 금융연구원의 은행 대형화 정책의 허와 실(가칭)에 대해 연구 용역 보고서를 받았으나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이유로 묵살해버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더 나아가서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도 조흥은행 매각 건과 관련한 금융연구원의 실증 연구를 축소 보고했거나 보고를 아예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과야 어쨌든 국내 대표적인 연구기관들의 이러한 의견 충돌은 향후 국내 금융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90년대 초반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은행은 많을수록 좋다던 때나, IMF 이후 은행간 합병 및 대형화의 필요성을 연구기관들이 합창하던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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