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문제' 생각 다르다고 '국민우롱'이라니…?
'병역문제' 생각 다르다고 '국민우롱'이라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몽준 의원 월드컵 16강 병역 특례 주장 '논란'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겸 전 한나라당 대표가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적용해 주지 않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취지의 언급을 언급을 한 것을 놓고 파장이 일고 있다.

찬반양론이 공존하지만, 정 부회장의 발언이 국민적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그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병역특례 적용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표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비쳐진다. 다시말해,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대한 특례를 적용하느냐 않느냐를 결정하는 문제를 놓고,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까지 표현한 것은 발상부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국가적 경사가 자칫 국론분열의 중심에 서는 꼴사나운 일로 비화될까 우려된다. 문제의 시작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어렵사리 16강 진출에 성공한 직후 조중연 한국축구협회장이 병역특례를 추진해보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면서 부터 비롯됐다. 

남아공 현지에서 벌어진 '병역특례' 언급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16강 진출에 열광하던 축구팬들과 누리꾼들의 반응은 갑자기 싸늘해 졌다. '16강 진출의 기쁨'과 '병역특례'는 별개의 문제로 바라보려는 이들이 많아 보였다. 

긍정적 의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 상을 통해 나타난 네티즌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적어도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이 복수의 국방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현행법상 병역특례 적용은 가능하지 않다며, 병역특례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개정이 전제돼야한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국방부의 이같은 반응은  사실상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하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병역특례 논란이 소강국면에 접어드는 듯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겸 전 한나라당 대표가 25일(한국시간) 한국의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쾌거를 달성한 선수들의 병역특례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병역특례 문제가 또다시 논란거리로 급부상했다. 잦아들던 불씨에 불을 지핀 형국이 됐다.  

정 부회장은 이날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낸 건의서에서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해도 병역특례를 줄 수 없을 것이라는 국방부 관계자 말을 인용한 국내 언론보도에 대해 '틀린 이야기를 부적절한 시점에 한 것'이다"며 유감을 표시한 뒤 병역 특례 필요성을 담은 내용을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정정길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 부회장의 일부 발언수위가 다수의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빌미로 작용하면서 문제가 커지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은 "2002년 국내에서 16강에 진출했을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시행령을 고쳐 (병역특례를)해줬다"면서 "해외 원정 16강 진출은 국내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는 국제축구연맹부회장이라는 그의 직책 등을 감안할때 큰 거부감을 줄 정도는 아닌 듯하다. 

문제는 정 부회장의 "국내보다 더 어려운 해외 경기에서는 (병역특례를) 안해주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 대목이다.

정 부회장의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표현에 대해 네티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병역특례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 일부 네티즌들은 정 부회장의 발언이 되레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격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군대를 면제받는 문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표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분위기로 미루어 '병역특례'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 것같지 않다. 때문에,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고도 '병역특례'라는 돌출변수를 만나 그 의미가 퇴색되거나 국민들간 위화감이 조성되는 등의 후유증을 겪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음은 정몽준 부회장의 보도자료 전문]

1. 2002년 국내에서 16강에 진출했을 때는 대통령 시행령을 고쳐서 해 주었음. 해외원정 16강 진출은 국내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실임. 국내에서는 해주고, 이 보다 더 어려운 해외경기에서는 안해주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까지 받을 수 있음.

2. 국정을 총괄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일에는 국제사회와 국내의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경중이나 우선순위가 있어야 할 것임. 김대중 정부는 그런 사실을 몰라서 혜택을 준 것이 아니라고 봄.

3. 올림픽 3위와 월드컵 16강 진출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임. 참고로, 일본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을 획득하였지만, 월드컵 16강은 일본에서 공동개최된 2002년에 겨우 달성할 수 있었음.

4. 2002년에 박지성, 이영표 같은 선수들이 혜택을 받았고, 그 후 해외로 진출해 잘하고 있음. 이제는 박주영, 기성용 같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박지성 이영표 선수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젊은이들로서 그들이 국가의 병역의무을 회피하려하고, 애국심이 없다면 그러한 투혼을 발휘할 수 없음 것임.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신성한 병역의무를 회피하고 돈을 더 벌기위해 병역특례를 요청하는 것으로 생각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무지라고 봄.

5. 병역의무가 없는 일본에서는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혼다와 같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 오늘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지만, 축구도 전쟁이라면 전쟁인데, 정부관계자가 틀린 이야기를 중요한 월드컵 경기를 앞둔 부적절한 시점에 한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임.

6. 월드컵이 끝난 뒤에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 문제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람.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