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뱅크론자' 어윤대 KB號, 은행권 파장은?
'메가뱅크론자' 어윤대 KB號, 은행권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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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우리' 시나리오 급부상
하나·외환銀 전략수정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차기 KB금융 회장에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내정되면서 은행권 시장재편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유력한 시나리오로 해석돼 온 KB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시장재편의 불확실성도 한층 심화됐다. 그동안 M&A에 관심을 나타내온 여타 은행들의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우리금융 매각 '흥행'
정부로서는 현 정권의 실세로 꼽히는 어윤대 내정자의 등장이 우리금융지주 매각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어 내정자의 경우 국내에도 세계 50위권의 대형은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온 만큼 우리금융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 내정자 역시 회장 내정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구나 KB금융의 경우 최대 6조원 이상의 M&A 실탄 동원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우리금융과의 합병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 역시 우리금융 민영화 절차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16일 정부 관계자는 "6월말까지 매각공고를 낸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며 "매각공고에는 최소한 무엇을 어떻게 팔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 방안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백지'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매각공고까지 늦춰지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영국 일간지 FT(파이낸셜타임스)도 '한국산업은행(KDB)'라는 15일자 칼럼을 통해 우리금융을 포함한 산업은행의 지지부진한 민영화 추진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여타 은행들 '긴장'
KB금융 어윤대호(號)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극명히 나뉜다. 일단 시장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어 내정자의 경우 국제감각이 뛰어날 뿐 아니라 대표적인 '은행 대형화론자'로 꼽히고 있는 만큼 시장재편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보증권 황석규 연구원은 "어 내정자는 금융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지위를 통해 풍부한 경험을 발휘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최대 가용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KB금융의 전략이 그려짐에 따라 은행 대형화의 서막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어 내정자의 'KB+우리'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그동안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KB+우리 시나리오는 자산확대 효과만 있을 뿐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시각을 유지해 왔다. 오히려 대규모 구조조정을 촉발시켜 노사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노조가 어 내정자를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여타 은행들 역시 기대보다 우려의 시각이 짙다. 어 내정자의 강한 추진력이 자칫 은행간 자산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그동안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관심을 둬온 하나금융으로서는 자본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쟁구도에 놓이게 됐다. 또,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 중인 론스타로서도 사실상 외환은행의 '흥행'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환은행의 해외매각 가능성과 함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은 현재 호주 ANZ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외국계 은행 두세곳이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연구원은 "어 내정자의 출현은 우리금융 민영화 가능성을 높인 반면 외환은행 매각은 지연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나금융 역시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따른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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