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가 뱅크의 탄생
1- 메가 뱅크의 탄생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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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 비오
프롤로그

우리는 어떠한 시대를 살 것인가를 선택할 수는 없다. 단지 주어진 시대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만을 선택할 수 있다(반지의 제왕 중에서 절대반지를 가지고 떠나는 프로도에게 간달프가)

그랬다. IMF 외환 위기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들이 닥쳤다. 우리는 각자 처한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대의 광풍에 치여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 바람은 제일 먼저 금융인들에게 들이 닥쳤다.

30년간 몸바쳐 온 은행이 간판을 내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위기는 기회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조직의 생존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과 개인적인 야망을 동시에 이루어 갔다. 그에게는 목표만 있었을 뿐 과정과 윤리는 한편으로 접어 둘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김평일이라는 사람이 조직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임기 말년의 소외된 은행임원에서 거대한 통합은행의 행장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과 사건의 기록이다. 특정한 인물들을 소재로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은행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동안 이런 인물과 사건들이 있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1. 메가 뱅크의 탄생

오늘 우리 대성은행은 대성 80년 역사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김 평일 행장의 목소리는 이 대목에 이르자 다소 떨리는 것 같았다.
통합 대성은행의 행장 취임식 및 21세기 비전 선포식의 기념사는 계속 이어졌다.

이제 우리는 새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한국금융계의 거인으로 거듭 난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은행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 금융계의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대성의 역사를 더욱 빛내고 새로운 대성의 미래를 창조해야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김 평일은 이제 더 이상 기념사를 보고 읽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는 한국 금융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입니다. 한국 제일의 대성은행이 아니라 세계 속의 대성은행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약자가 아니라 강자입니다.

이 대목에 이르자 기자석 한구석에 앉아있던 박 상태 홍보실장의 얼굴이 잠깐 일그러지다가 다시 펴졌다. 홍보실장이 써준 기념사에는 없는 수사였던 것이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대한경제의 김 차장이 박 실장의 옆구리를 툭 치며 내빈석에 앉아있는 한 젊은 여자를 가르키면서 무언가 말을 건네는 사이 김 행장은 기념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오늘 저는 새로운 대성의 출범에 즈음하여 새로운 CI와 함께 우리 은행을 한국 최고의 은행으로 선언하는 바입니다.
내빈들의 박수와 직원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비상하는 독수리

새 출발하는 대성은행의 상징으로 국내 유수의 조각가에게 주문하여 만든 청동상이 본점 로비 앞에 하얀카바가 씌워진 채 내빈들이 천을 벗겨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산규모 1백조원이 넘는 초대형은행의 상징에 걸맞게 호화롭게 만든 대리석 기단에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모습이 자못 위풍있어 보였다. 김 행장과 재경부 장관, 감독원장 등의 외빈과 은행 임원들이 신문사와 방송국의 카메라를 향해 몇 번의 하얀 천을 벗기는 이벤트를 한 뒤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하늘은 눈이라도 내리려는지 잔뜩 흐려 있었다.
장관의 차를 배웅하고 돌아선 김 행장은 김 차장을 보자 얼른 다가와 청동상 앞으로 잡아끌었다.

이봐, 우리끼리도 한번 찍어야지. 어이. 박 실장 당신도 이리 오라구.
축하합니다. 행장님. 드디어 합병 은행장이 되셨습니다.
고마워, 다 당신들 덕분이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끼리 한잔 안 할 수 없지. 있다가 저녁에 희정에서 만나자구.

그렇지 않아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행장님 취임을 축하하러 바다 건너왔죠.
그래, 누군지 몰라도 김차장이 만나라면 만나야지. 그럼 이따 보자구. 어이, 박실장 우린 올라가지.

저는 이렇게 큰 차 처음 타봅니다. 진숙씨는 이런 차만 타시는 가 보죠.
집에도 한대 있기는 해요.

그런데 이번에 그분 왜 안오셨습니까. 대주주 자격으로 참석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대리인이에요. 원칙적으로는 펀드를 운영하는 사람이 대표지만 이번에는 제가 위임장을 같고 왔죠. 제임스는 나이가 들면서 갈수록 비행기 타는 거 싫어해요. 김 차장님이랑, 행장님 얼굴도 한번 보고 싶기도 하고. 혼자가 아니라고 못 오게 하는 걸 은행출범식이라고 우겨서 간신히 왔어요.
혼자가 아니라면, 누가 또 같이 왔습니까.

김차장님은 결혼 안하셨어요. 눈치가 그래서 어떻게 기자하세요.
어이구, 저런 축하 합니다. 그런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분 지금 연세가.

다 가능한 모양이더라구요. 저도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했지만. 지금은 즐거워요. 누구나 결혼하면 2세가 생기는게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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