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 회장-행장 '불협화음'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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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우리금융, 인사권 이관 통해 지배구조 '수술'
신한-하나, 강력한 리더십 바탕 후계구도 구체화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이 자회사 CEO 선임권한을 잇따라 지주사로 이관하는 등 지주사 회장의 권한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룹 지배력의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회장-행장의 결집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4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국민은행을 비롯한 9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기존 은행 이사회로 구성된 행장추천위원회는 폐지했다.

대추위는 KB금융 회장을 중심으로 사장 및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되며, 대표이사 후보를 회장이 추천하면 위원회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실상 회장이 자회사 CEO의 선임 권한을 갖게되는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 방식 및 인사권의 일원화를 통해 전 계열사가 한 회사처럼 유기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KB금융의 지배구조 개편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 회장의 권한집중이 인사 및 경영권 전횡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주사 회장의 입맛에 따라 자회사 CEO가 선임될 경우 지주사에 대한 견제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경영 및 전략 측면에서 지주사-자회사간 협력체제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은행계 지주사의 전체 자산의 90% 이상이 은행에 쏠려 있는 만큼 실질적인 권한은 은행장에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주사 회장의 인사권 강화는 자회사 CEO와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008년말 지주사 전환 이후 1년 가까이 황영기 초대 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과의 불협화음이 원활한 의사결정의 장애물로 작용했었다.

KB금융에 앞서 우리금융 역시 지난해 9월 행추위를 폐지를 명문화 하고 지주사가 직접 '자회사 CEO 추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이팔성 회장 취임 직후 회장의 권한을 강화시킨 배경 역시 우리금융 3기를 이끌었던 박병원(회장)-박해춘(행장) 체제의 불협화음이 원인이 됐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행장이 지난 2008년 비슷한 시기에 취임했기 때문에 행추위 폐지가 이 회장의 실질적인 인사권 행사로는 이어지지 않으며 지주사 권한 강화라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이라며 "이전과 달리 그룹 CEO간 잡음이 상당부분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주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의 경우 종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지주는 지난 2001년 지주사 출범 때부터 행추위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라응찬 회장으로부터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으로 이어지는 흔들림 없는 지배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또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005년 지주사 출범 이후 행추위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김승유 회장을 정점으로 김종열 사장, 김정태 행장 등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이들 금융사들은 그러나, 1인 독주체제에 대한 견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올초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토록 지도한 것 역시 이같은 한계를 염두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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