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하려면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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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금융빅뱅'으로 불리는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둘러싸고 증권가에서 갖가지 인수합병(M&A)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하나대투, 우리+KB증권 등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며 '메가증권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지만, 정작 인수주체로 거론된 당사자들은 애매모호한(?) 침묵 혹은 부정으로 일관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관치논란 등 시장불안감만 조장하고 있다. 인수 또는 피인수 업체 입장에서는 섣부른 입장표명이 향후 인수가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내부에서도 '쉬쉬'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월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한화증권간의 인수과정을 살펴보면 이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지난해 푸르덴셜증권과 자산운용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후, 한화증권은 꾸준히 인수주체로 거론돼 왔다. 당시 한화증권은 "검토는 하고 있지만,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다소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푸르덴셜증권은 한화증권이 인수를 결정했고, 흥행은 참패였다. 푸르덴셜증권이 처음 매물로 나올 당시 1조원까지 거론되는 매각가는 7000억~8000억원에 이어 49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푸르덴셜증권의 1500억원의 현금배당을 제외하면 최종 매각금액은 3400억원이었다.

우려대는 대목은 또 있다. 최근 KB투자증권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노치용 산은캐피탈 사장을 내정됐다. 그는 이명박 대통력의 최측근이자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의 고교후배로 '코드' 논란이 일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KB투자증권의 사장교체가 약 2주만에 서둘러 진행된 점을 근거로 또 하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KB금융지주가 참여할 경우 노 사장이 힘을 쓰고, 이후 KB투자증권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거대 증권사로 도약할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이후 업권간 장벽이 허물어지며 증권사들이 IB업무 특화를 위해 M&A에 대한 관심은 점차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증권사들은 적극적인 영업확장에 나설때는 몸을 사리며 실수요자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와 금융당국 공조를 통한 보다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통한 증권업계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된지는 오래됐지만 오히려 중소형사들의 난립상황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부족한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웍크 확보를 위해 IB와 PI(자기자본투자)를 통해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탁상공론'일 뿐이다. 여전히 국내 증권사들은 새로운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보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위탁매매업에 70% 비중이 쏠리는 등 수익구조가 꿈쩍을 않고 있다.

2009년 회계연도(2009.4월~10.3월) 현재 국내 62개 증권사의 자기자본도 35조 4000억원으로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 M&A설이 나올 때마다 몸을 사리며 숨기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해명과 실행을 통해 자본시장에 안정을 가져다주는 진정한 메가증권사가 탄생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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