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의혹속 암투병 근로자 갈수록 증가
[서울파이낸스 김미희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을 둘러싼 '백혈병 논란'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전자 온양, 기흥공장 등 생산현장에서 근무한 노동자들 중 일부가 지난 3년 간 잇따라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작업환경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모 시사주간지는 삼성반도체 내부용 환경수첩을 입수해 이 공장에서 6가지 발암성 물질과 40여종의 자극성 위험물질을 사용해온 사실을 보도했다. 이는 반도체 관련 업종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이 업무상 질병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들은 철저히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생산공정 직원들에게 노출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공정상 화학물질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이중삼중으로 설치돼 있어 작업환경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의 반도체 공장과 LCD 공장 등에서 일하다 암이나 희귀질환 등 직업병에 걸렸다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에 도움을 요청한 노동자들 만해도 지금까지 47명에 이르고 있다. 그 중 13명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2004년 12월부터 삼성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지난 3월 백혈병으로 숨진 故박지연 씨(24)의 49재 추모문화제가 열린 18일 저녁, 현장에서 만난 피해 노동자들과 유가족들은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에 대해 삼성 측은 산업재해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우비를 입고 자리를 지킨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또한 “사람의 건강과 생명의 소중함을 무시해온 것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며 “삼성이 오랫동안 감춰왔던 것들이 드러나고 있는 이 때, 하루 빨리 진실을 밝히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 결과 반도체 생산공정과 백혈병 발병은 연관성이 없음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삼성전자 측은 지난달 15일 기흥사업장의 반도체라인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수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사장은 “국내외의 공신력 있는 기관들과 전면 재조사를 벌여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흥공장 1,5라인 설비 엔지니어였던 남편을 지난 2005년 하늘로 먼저 보낸 정애정 씨는 삼성에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재조사가 이뤄지더라도 발병 피해자들이 일했던 1~3라인이 다른 공정으로 이미 전환됐기에 심층조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올림 관계자는 “실제 근무 경험자이자 피해 유가족이기도 한 정애정씨와 피해자들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직접 들어가서 현장을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며 “발암물질 벤젠이 검출된 바 있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산업보건 위험성 평가’ 조사 결과와 노동부가 2008년에 실시했던 전국 13개 반도체 제조업체 일제조사 결과도 공개해야만 한다”고 피력했다. 모든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수라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