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의 빗나간 구조조정…"김준기회장 위험은 최소화하자"
동부하이텍의 빗나간 구조조정…"김준기회장 위험은 최소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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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주주 위험은 줄이면서 재무부담은 계열사에 전가

작년 우량계열사서 1800억원 조달해 부실반도체 지원
김회장 우량계열사 동부메탈 지분매입으로 위험덜어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동부하이텍의 구조조정이 지배주주의 위험은 최소화하고, 재무위험을 계열사들에게 전가키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김홍길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반도체 사업에 강한 의지를 가진 김준기 회장의 뜻에 따라 부실한 반도체 사업 부문은 그대로 둔 채,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에 국한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동부하이텍은 외부에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계열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계열사들에게 부실이 전가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부실의 원인을 제공한 반도체 사업부문을 정리해 그룹 전체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부실 사업부문을 살리기 위해 그 위험을 그룹의 우량 사업부문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말까지 최소 9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 대주단과의 약정사항을 이행해 위기를 넘겼으나, 운영자금 부족으로 지난 16일 다시 23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부 사채를 발행했다.

이후 농업부문의 분할신설회사와 동부메탈 지분 매각으로 부채와 이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으며, 기존 차입금 차환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들로부터 단기 자금을 계속 빌려 쓰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동부하이텍은 계열사들로부터 총 1800억원의 단기 자금을 조달해서 사용했다. 또 2009년 5월 501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이중 360억원을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이 각각 270억원과 90억원씩 인수했다.

김 연구원은 "자산 매입, 차입금에 대한 담보 제공, 차환을 위한 자금 대여 등으로 계열사들이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동부하이텍의 자구안 이행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준기 회장은 부실한 동부하이텍에 추가 출자를 하는 대신 알짜배기 자회사인 동부메탈의 지분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사재출연 명분도 살리고 개인의 위험도 최소화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김준기 회장은 현재 동부건설 지분 10.97%, 동부정밀화학 지분 3.68%, 동부제철 지분 3.11%, 동부증권 지분 2.34%를 동부하이텍 차입금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며 "이미 아들 김남호가 핵심 3개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돼 있고 계열사간 출자가 많아, 담보 주식들을 모두 잃는다 해도 지배권을 행사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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