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외환銀 놓고 '가슴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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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부재 장기화로 M&A 추진 난항
ANZ 등 외국계은행 외환銀 인수 타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KB금융지주가 충분한 자본여력에도 불구하고 당국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리더십 부재사태로 인해 M&A(인수합병)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수년동안 공들여온 외환은행 인수마저 결국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일부 외국계 은행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1일 월스트리트저널을 포함한 주요 외신들은 호주 ANZ은행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측에 외환은행의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날 보도는 론스타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인수의향을 타진하는 티저레터를 보낸지 보름여 만이다.

당초 국내 M&A 전문가들은 은행 대형화를 제한하는 선진국들의 '볼커룰' 제정  및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 등의 영향으로 외환은행 매각이 빨라야 하반기께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 등 국내은행들도 우리금융 민영화의 향방을 지켜본 뒤 외환은행 인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부터 한발 비켜서 있는 호주 ANZ 은행이 외환은행 지분인수에 관심을 내비치면서 외환은행 매각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론스타가 KB금융을 포함해 하나금융, 산은지주 등 국내 은행 4~5곳 뿐 아니라 해외 은행 50여곳에도 티저레터를 발송한 만큼 ANZ은행 외에 다수의 은행들이 론스타와 물밑협상을 시도할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난 2008년 론스타와의 가격협상 과정에서 발을 뺐던 HSBC 역시 한국시장에 대한 여전한 관심을 표하고 있는 만큼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국내 은행들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외환은행 몸값을 낮추겠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인수가격이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에 높은 관심을 표해온 KB금융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는 곧 리딩뱅크 사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초조함이 더할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과의 짝짓기의 경우 자본력 외에도 금융당국의 의중은 물론 정치적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KB금융으로서는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실제 시장재편의 핵으로 꼽히고 있는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수년간 하나금융지주의 러브콜을 받아온 데다, 국민+우리은행 조합의 경우 자산규모 500조원을 넘게 돼 독과점 우려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물로 알려져 있는 만큼 M&A 추진 과정에서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규모면에서 우리금융지주에 뒤져 있는 KB금융으로서는 외환은행 인수에 사활을 걸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역시 '리딩뱅크' 사수를 염두해 외환은행 인수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쳐 왔다.

그러나 지난해말 금융당국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황영기 전 회장 및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회장 내정자직 사퇴 이후 계속되고 있는 KB금융의 리더십 공백이 M&A 추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KB금융 이사회가 회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회추위 구성에 이어 회장 선출까지 길게는 두달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여유가 없다.

필요하다면 KB금융 이사회가 직접 외환은행 인수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KB 이사회 역시 새롭게 꾸려진 지 한달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논의가 구체화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일부 대형 증권사에 이어 올해에는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금융당국과의 마찰이 M&A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올해 은행시장 재편 역시 시장논리로 움직이지 않고 당국이 직접 개입할 경우 '실탄만 있고 무기는 없는 은행'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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