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울리는 '설익은' 공시
투자자 울리는 '설익은'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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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주식시장에서 "'묻지마 식' 루머에 뇌동 매매 하지 말라"는 널리 알려진 금언이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는 공식 뉴스조차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투자자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상장사들이 쏟아낸 장밋빛 전망과 경영계획들이 실제와는 다른 경우가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세진전자는 전기차 전문기업 CT&T와 손을 잡고 전기자동차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내장재로 적용되는 전장부품 7종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세진전자가 다음달 우회상장할 예정이던 엠에이티의 주가는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장 마감 후 CT&T측은 전기차 부품계약건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같은 주장에 세진전자는 긴급히 보도자료를 내며 물품 가격결정합의서, 생산계획서 등을 공개, 급한 불을 끄는 모양새였다.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싶었지만, 다음날 엠에이티의 주가는 7%대로 급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만 기업들의 서로 다른 주장에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투자자들은 이제 떠도는 풍문이 아닌 공신력있는 뉴스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시장의 마지막 안전판마져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상장사들이 호재성 계약체결건을 내 놓았다가, 이를 번복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신원종합개발은 지난 8일 1570억원 규모의 상도동 신원아침도시아파 트 신축공사 계약을 조합측의 선이행조건을 이행치 않아, 계약을 취소한 다고 밝혔다. 또 파루는 지난 2월 신성에너지와 맺은 49억 5000만원 상당의 태양광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고, 대선조선도 지난 1월 390억원 규모 벌크선 공급계약이 선주측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해지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유퍼트 역시 에릭슨과 맺은 187억 3900만원 규모의 인터넷전화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이같은 공급계약 자진 철회는 시장 신뢰도에 금이 가게 하고 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는 툭하면 배임, 횡령 등이 자행되는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큰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를 도입하면서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는 경영 투명성 등의 사유로 상폐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지난 9일까지 상폐 기업은 9개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개사와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코스닥 등록사들의 무책임한 '말바꾸기'로 시장신뢰도 회복이 무엇보다 우선인 코스닥시장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애꿋은 투자자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증권시장에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명언이 금과옥조처럼 내려져오고 있다. 시장 기대감에 소문이 형성될 때는 주가가 급상승할 수 있지만, 이미 대부분 투자자들에게 공유된 뉴스는 주가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강력한 호재성 뉴스는 이마저도 뛰어넘으며, 주가가 갭상승하는 모습을 흔히 지켜볼 수 있다.

과연, 이같은 기업의 호재성 뉴스마저 시장에서 신뢰성를 잃게 된다면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번복되는 시장뉴스가 '묻지마 식'루머보다 더 위험한 시장의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장사들은 명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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