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기관 수수료 개편에 증권사 배만 '두둑'
유관기관 수수료 개편에 증권사 배만 '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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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 "증권 유관기관 수수료 체계가 개편된다길래 수수료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했죠. 그런데 체재 개편 3달이 흘렀는데 증권사들은 좀처럼 인하 기미를 보이지 않네요. 빨리 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투자자 A씨)

올 초 증권 유관기관 수수료 체계가 개편되면서 각종 수수료 인하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잔뜩 뿔이 났다. 체계가 개편된지 세달여가 지났는데도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관기관들이 수수료를 한시 면제하자마자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앞다퉈 인하 '러시'를 보이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게다가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증권사들이 져야할 부담이 연간 30%, 716억원이나 줄었들었다고 하니 투자자의 불만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우연이었을까? 수수료 체계 개편이 적용된 첫 달, 증권사들은 8개월여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견인의 가장 주요인은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입 확대. ELS 발행 증가, 채권평가이익 확대, 일회성 비용 감액 등 다양한 요소가 자리잡고 있었지만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수수료 인하 미반영=실적 상승'이라는 단순 논리가 성립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즉, 이번 수수료 체제 개편에 증권사들 배만 불려준 꼴이 된 것이다.

유관 기관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한국거래소의 거래수수료율은 세계 주요 거래소와 비교해 볼 때 현물은 17개 거래소중 12번째, 선물은 12개 거래소중 11번째며, 옵션은 가장 낮다. 수수료 인하로 거래수수료율은 현물 및 파생상품 모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유관기관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실질적인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금융당국이 새로운 체계 하에서도 과도한 이윤이 지속될 경우 시장효율화위원회를 통해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를 할 계획이라며 수수료 인하를 유도 했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물론, 체계를 개편한다고 해서 유관기관들이 증권사들에게 수수료를 인하를 요구할 만한 근거는 없다. 이에 그들도 증권사들이 알아서 내려주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이제 더이상 수수료 인하와 같은 소모적인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얻어진 이득으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 판매의 질을 높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이미 그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기존 수수료 체제에서는 증권회사 수수료가 기타예탁자의 부담까지 떠 안았기 때문에 수수료 개편과 증권사 수수료 인하를 인과관계로 엮을 수 없다는 항변도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증권시장에 부과한 각종세금폭탄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증권사들에게 그 부담을 모두 전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든 투자자들이 바라는 것은 직접적인 혜택이다. 수수료 인하를 통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줄어들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니 증권사들이 말하는 모든 항변들은 투자자들에게는 변명으로 들릴 수 밖에 없다.

최근 증권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업계 재편과정에서의 선점을 잡기 위해 영업전략을 수정하며 고객 모으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수수료 인하와 같은 투자자들의 절실한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자들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는 영업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증권사들의 좀 더 호연한 사고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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