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펀드이동제
'유명무실' 펀드이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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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위기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 도입 한달이 지났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 도입으로 펀드 '갈아타기'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이동이 있었던 펀드 규모는 이동 가능한 펀드 설정액의 0.09%에 불과했다. 가장 큰 원인은 수수료와 보수 인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는 투자자들이 환매 수수료 부담 없이 기존 판매회사에서 다른 판매회사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제도로 펀드 이동제가 실시될 경우 펀드 사후 관리에 불만을 가진 투자자들의 이동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었다.

특히, 수수료와 보수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금융당국에서도 이번 펀드 판매사 이동제를 통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해낸다는 계획이었다.

투자자들과 금융당국의 이같은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판매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것.

증권업계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 이동제 도입 이후 현재까지 펀드 관련 수수료나 보수를 내린 판매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제 이전에도 판매수수료를 인하한 펀드 수는 65개에 불과했다. 이는 펀드이동제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전체 공모펀드 2226개의 2.92%에 불과한 수치이다.

문제는 62개 펀드 판매수수료를 내린 키움증권이 이번 펀드판매사 이동제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우리투자증권(2개)과 푸르덴셜투자증권(1개)도 다른 판매사가 키움증권뿐이다.

결국 실질적 수수료 인하 효과는 없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하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때문에 한 푼이라도 적은 수수료를 원한다.

하지만 판매사들은 수수료 인하보다는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고객들의 이동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경영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수수료 등을 인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또한 자칫 판매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치우칠 수도 있다"며 수수료 및 보수 인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의 실망은 수수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판매사들이 내놓는 서비스들이 기존 서비스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판매사들의 서비스들 역시 다들 '비슷비슷'하다.

이는 증권사 관계자들도 일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는 자산 관리 서비스들을 살펴보면 특별한 차이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까지는 CMA금리 인상 등 일회성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펀드 판매 서비스 품질에 비해서 수수료와 보수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부분이다. 이에 경쟁사간의 고객 유치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가격인하를 유도하자는 것이 금융당국의 의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비용면에서 투자자들이 아무런 혜택도 누릴 수 없는 '유명무실'한 정책이 되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펀드판매사들의 수수료와 보수체계가 '담합' 처럼 유지되고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수수료 인하든 서비스 개선이든 투자자들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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