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나이' 이승훈, 그는 누구?
'기적의 사나이' 이승훈, 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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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강렬한 한 편의 드라마...1년만에 '독이 약으로'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스스로 돕는 자, 하늘도 돕는다?' 

이승훈은 24일(한국시간) 새벽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치러진 대회 남자 1만m에서 12분58초55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승훈은 기존 올림픽 기록(12분58초92)을 0.37초나 앞당겼다.

아시아 선수가 빙속 장거리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이로써, 이승훈은 아시아 빙상 역사를 다시 쓴 주인공이 됐다.

혜성같이 나타나 동양인에겐 불모지나 다름없는 빙상 장거리에서 1위를 차지한 그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기적의 사나이' 이승훈, 그는 과연 어떤 선수인가?

그의 빙상인생은 짧지만 강렬한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종목을 바꾼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루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국제대회 1만m 출전 두번째만에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이다. 한마디로 경이적이다.

이승훈은 원래 쇼트트랙 대표선수였다. 지난해 2월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3관왕에 올랐던 유망주다.

8살때 누나와 함께 취미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이승훈은 쇼트트랙 명문인 신목고들어가면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극심한 경쟁속에서 안현수(성남시청)와 이호석(고양시청)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이승훈은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 탈락하자, 용단을 내렸다. 이승훈은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는, 결코 쉽지 않은 '모험'을 감행했다.

이승훈은 초등학교 시절 스피드스케이팅을 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주니어, 시니어 대표팀을 거치며 쇼트트랙 선수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기 때문에 스피드스케이팅은 '초보'나 다름없었다.

독이 약으로 변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내내 훈련에 매진한 이승훈은 10월 제44회 전국남녀 종목별 빙상선수권대회 겸 2009-2010 월드컵 파견 선수 선발대회 첫날 일을 저질렀다. 남자부 5,000m에서 우승하며 당당히 대표팀 선수로 선발된 것이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잡은 이승훈은 이후 월드컵 시리즈에서 3차례나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탔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질주였다.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이승훈은 2년 묵었던 5,000m 한국 기록을 무려 13초82나 단축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마'의 놀라운 활약에 한국 빙상계의 기대가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계올림픽에서의 활약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시즌 4차례 월드컵 대회에서 디비전A(1부리그) 최고 성적은 5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장거리 종목은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따낸 적이 없다.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승훈의 올림픽 출사표 역시 '소박'했다. 10위권이나 5위권 정도로 아시아선수로서 최고 성적을 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음번 올림픽에서는 몇 단계 더 성장해 '이례적인 아시아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강단을 내비쳤다.

그리고 그는 14일 열린 5,000m 레이스에서 자신도 기대하지 못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의 그의 질주는 이것이 전부인 듯싶었다. 

이승훈이 놀라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은 분명하지만, 국제대회에서 1만m 경기를 치러본 경험조차 거의 없는 그에게 큰 기대를 건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그러나, 이승훈의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상승세는 부족한 경험을 메우고도 남았다. 이승훈은 함께 출발한 선수를 한 바퀴 차로 제치는 명장면을 연출하며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여기에, 이 종목의 살아 있는 전설,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레이스 도중 실수로 실격당하는 행운까지 겹쳤다.

이미 '아시아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선수'가 된 이승훈. 그는 내친 김에 아예 4년뒤 있을 올림픽을 한꺼번에 치르는 기적을 일구어 냈다. '이례적인 아시아 선수!' 그 날이 이렇게 빠리 찾아올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햇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올림픽역사상 보기 드믄 장면이 연출됐다. 은, 동메달을 딴 거구의 서양 선수들이 이승훈을 번쩍 들어 올리는 세레머니가 있었다. 그가 이룩한 '성적'이 기적임을 함축하는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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