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사회의 척도 '부동산'…日의 '문턱'?
건강 사회의 척도 '부동산'…日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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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구의 절반을 끌어안고 있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 속도가 3년째 둔화되고 있다는 통계청 자료가 나왔다.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구직난의 심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보다는 젊은 인구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 더 큰 원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인구의 기형적인 중앙 집중 현상이 완화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과거 돈 없는 이들이 그나마 일자리라도 찾자면 몰려들 수밖에 없었던 수도권이 더 이상은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잠자리 하나 제공할 수 없는 포화상태임을 감안하면 유입 속도 자체의 둔화는 불가피한 현상일 것이다.

이제 젊은이들은 집 한 칸 장만할 희망이 갈수록 멀어져 가고 있다. 연전 분양을 시작했던 판교신도시의 평당 분양가가 1,500만 원을 넘어섰을 때 이미 물려받은 것 없는 젊은이들에게 내 집의 꿈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양가가 그만하면 기존 아파트 가격 역시 그에 따라 동반상승하는 게 현재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가격 구조다. 어지간한 초임 노동자들이 1년에 집 한 평의 값 저축하기도 버거우니 퇴직할 때까지 열심히 저축해봐야 내 집 한 칸 갖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 된 것이다.

일본이 장기 불황의 터널로 들어가기 전 겪었던 현실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당시의 일본보다 더 처절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당시까지는 정년을 보장 받았던 일본의 노동자들에게는 정년까지 열심히 저축해 내 집 한 칸 갖는 게 꿈이라는 얘기를 우리는 남의 나라 얘기로 듣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정년에 대한 보장도 없다. 설사 끝까지 직장에 매달려 살 수 있다 해도 취직해서 퇴직하기까지 기간이 평균 30년에 못 미친다.

그런데 1년에 집 한 평 값 저축하기도 버겁다. 1년에 1,500만 원씩 30년 이상은 저축해야 집 한 칸 가질 수 있는 현재의 주택 가격으로는 노동자들에게 꿈조차 꾸게 하기 어렵다.

국민소득이 줄어들면 집값도 떨어지는 게 답이겠으나 현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경기침체로 주택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아파트의 거래가 뚝 끊겼다고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이끌어가는 서울 강남에서는 재건축 실거래 가격이 올해 들어 벌써 1억 원이나 상승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강남만의 신화다. 같은 서울이라도 강북이나 수도권은 거래가 없는 만큼 가격도 힘을 못 받는다. 재건축이 이루어지면 평수가 늘어나고 집 값 자체의 상승 요인이 생기기 때문에 재건축이 인기라지만 거래가 없는데 미래의 수요를 생각하며 가격이 오를 수는 없으니 당연하다.

전반적인 매기 실종에도 불구하고 강남 재건축의 실거래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은 부동산 시장이 결코 살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마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해주는 셈이다. 돈이 있는 사람이 재산 증식을 위해 사는 게 집이지 집이 필요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못 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단지 미래가치만을 예상한 투자를 하기에는 대다수 실수요자들의 재정형편은 녹록치 않다. 일반 봉급생활자들로서는 예전처럼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기에도 불안한 현실이다.

직장의 안정성도 떨어진데다 언제 금리가 오를지, 물가 움직임에 따라 어느 순간 정부가 갑작스런 여신 회수조치가 내리지는 않을지 염려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도박꾼 배팅하듯 시장을 휘저으려는 투기세력이 아니고서는 지금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려가며 매집을 할 개인이나 집단은 있을 성싶지 않다.

정부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든 불을 지펴 운동력이 제로로 수렴해가는 경기를 돌려보려 안간힘을 쏟는 듯싶게만 보인다. 주민들의 이익을 고려한 조치라며 재건축 요건을 완화할 때 이미 투기꾼들의 잔치는 시작된 것이나 진배없었으니까.

근세조선이 망한 바탕에도 땅 문제가 있었다. 왕이 곧 국가인 왕조시대의 땅은 본래 모두 왕의 것, 즉 국가 소유였다. 그러던 땅이 당대에 농사지은 소출이나 얻으라고 공신들에게 한 번 나눠주고 나면 그걸 자손 대대로 물려가며 개인 소유화해 나갔다. 점차 국가 소유의 땅은 사라져갔다. 그렇게 나라도 왕도 가난해져 끝내는 국방비도 제대로 지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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