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없다!"…KBS·MBC '딴나라 방송'?
"올림픽은 없다!"…KBS·MBC '딴나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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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권 박탈당한 국민들 '뿔났다'..."사정 있겠지만 이래도 되나?" 비판 여론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 문제를 둘러싼 공중파 방송 3사간 갈등이 결국 시청자인 국민들을 '열받게' 하고 있다. 채널 선택권 상실에 따른 국민적 불쾌감이 점차 '분노'로 바뀌어 가는 형국이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개막이 사흘째를 맞고 있지만, 공영방송인 KBS나 MBC를 통해 올림픽 관련 소식을 거의 접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 개막이후 이들 두 방송사가 전한 올림픽 관련 뉴스는 거의 없다. SBS의 '중계 독점'을 비판하는 내용이 이따금씩 그 자리를 대체했다.

특히,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이정수)가 금메달을 따고,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이승훈)이 나온 14일 두 방송사의 보도태도는 시청자를 당혹스럽게까지 했다.

KBS는 메인 뉴스인 '뉴스 9'에서 이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일반 뉴스 시간에 보도하지 않았다. 스포츠뉴스 시간에 다섯 번째 소식으로 다뤘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이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다섯 번째 뉴스로 짧게 전했다.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가 십상일 정도였다. 누가봐도 상식적인 뉴스편성이 아니다. 그저 기록에 남기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딴나라 방송'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럴수 있단 말인가?" "뉴스를 전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안하는 것인가?" "두 방송이 올림픽 소식을 다루지 않기로 '짠(담합)'것은 아닌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국민적 불만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KBS와 MBC의 보도처럼, 전적으로 SBS의 책임인지, 아니면 SBS의 독점계약에 '뿔난' 두 공영 방송이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 KBS의 경우 꼬박 꼬박 시청료를 납부하는 국민들로서는 궁금증을 지우기 어려운 게 작금의 현실이다.     

시청자(국민)들도 SBS와의 중계권을 둘러싼 잡음을 지켜봤던터라 왜 이같은 상황이 초래됐는지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하고는 있지만, 너무한 것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일 KBS와 MBC는 8일 동계올림픽 취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KBS는 '동계올림픽 SBS 단독중계로 공영방송 취재 포기 불가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SBS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를 고수함에 따라 KBS는 밴쿠버 올림픽에 취재진 파견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BS는 그간 중계권 협상과는 별도로 밴쿠버 올림픽 취재 계획을 진행해왔으며 취재기자 3명, 촬영기자 3명 등 모두 12명의 취재진 파견 계획을 SBS 측에 공식 공문으로 요청했지만, SBS가 이 요구도 사실상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SBS는 모두 3장 정도의 취재 카드를 제공할 수 있고, 2분 정도의 자료화면을 제공하겠다는 책임 회피성 답변만 내놓았다"며 "3장의 취재 카드로는 올림픽 취재가 불가능하며, 2분의 자료화면으로는 뉴스 아이템 1개도 부족할 정도의 열악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BS가 중계권 없이, 취재팀도 파견하지 못한 채 올림픽을 맞게 됐다"며 "역대 국제종합대회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MBC도 이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MBC는 SBS에 아이디 카드 8장을 요청했지만 지금껏 답변이 없다며, 현재 상황으로서는 올림픽에 취재단을 파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는 SBS가 협조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캐나다 현지에 차량과 숙소 등을 예약해뒀지만 못 가게 되면서 취소 비용을 물어줄 처지라고까지 했다.

이날, SBS는 해명에 나섰다. 

SBS는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 뉴스에 매일 2분 정도 하이라이트 영상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현지 취재 편의를 최대한 배려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올림픽 중계를 앞두고 벌어진 3개 방송사의 입장 표명과 협상 과정 등을 보면, 협상이 냉철한 이성보다는 감정에 의해 좌우된 측면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어떻게든 '뉴스'차원의 보도는 할 수 있도록 협상을 이끌어야 옳았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SBS에 대한 핑계만으로,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현재와 같은 상황을 초래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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