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행운아 '오노', 오~노(No)!
불행한 행운아 '오노', 오~노(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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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미국 쇼트트랙 선수 아폴로 안톤 오노(28)가 한국 쇼트트랙 팬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거친 플레이, 판정 시비 등으로 우리나라 팬들에게 강하게 각인돼 있는 오노가 이번에는 우리 선수들을 두명이나 '쓰러 뜨리고'(?) 은메달을 차지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그를 향항 우리 쇼트트랙 팬들의 시선은 그 어느때보다 곱지 않다. 또 '한 건'(?) 한 셈이다.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의 이정수(21.단국대)가 2분17초61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첫 금메달이다.

객관적 전력면에서 앞서는 데다, 우리선수가 3명이나 결승전에 진출함으로써 한국의 금메달은 경기 시작전부터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따논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선수가 결승에 진출한 것이 되레 화근으로 작용했다. 쇼트트랙의 경우 같은 나라 선수가 여러명이 결승전에 올라가면, 그만큼 유리하다. 확률상의 우승 가능성뿐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위험한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종목 특성상 그렇다. 이른바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엔 우리 선수들이 3명이 결승전에 진출하고도 금메달 하나에 만족해야했다. 이정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까지의 상황은 성시백(용인시청)과 이호석(고양시청)이 2~3위를 다투는 양상이었다. 우리 선수들의 금은동메달을 싹쓸이가 거의 확실시되는 순간. 이들 두 선수가 결승선을 목전에 두고 충돌해 넘어지면서 실격처리됐다. 결국 은메달은 줄곧 4위로 뒤따라 오던 오노에게 돌아갔다. 

안타까운 상황. 우리팀은 금메달을 따고도 네티즌들로부터 묻매를 맞아야했다. 지나친 메달 욕심때문에 은, 동메달을 모두 놓쳐버린데 대한 아쉬움이 비난의 화살이 되어 선수들과 코칭스탭을 향했던 것. 

당시까지만해도 오노는 그저 '행운아'로만 비쳐졌다. 하지만, 쌓인 앙금탓일까? 경기를 끝낸 이정수는 기자회견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야 성시백(용인시청)과 이호석(고양시청)이 넘어진 것을 알았다"며 "한국이 금, 은, 동을 모두 차지할 기회를 놓쳐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부지리로 은메달을 딴 오노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수는 "오노의 몸싸움이 심했다"며 "불쾌해서 꽃다발 세리머니를 할 때도 표정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노는 시상대에 올라와서는 안 될 선수"라면서 "심판이 못 보면 반칙이 아니라지만 팔을 너무 심하게 썼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이정수의 이같은 불만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놓친데 따른 아쉬움의 표현정도로 여겨졌다. 정황상 그렇수 밖에 없었다. 일부 팬들은 '남탓'을 한다며, 이정수의 불만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노의 말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이날 오노는 '행운의 주인공'이면서도 쓸데없이 한국팬들을 자극하는 거친 매너를 드러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은메달을 딴 뒤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던 오노. 그것만으로도 한국 쇼트트랙팬들에겐 '얄미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 오노가 인터뷰에서 '결정적 사고'를 쳤다. 그가 "레이스 막판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처럼 또 다른 실격이 나오기를 희망했다"고 말했다는 것.  밴쿠버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정보시스템인 `INFO 2010'가 이같은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결국, 오노는 자신보다 앞서 간 이정수(22.단국대)와 성시백(24.용인시청), 이호석(25.고양시청)이 서로 충돌해 넘어지기를 속으로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역시 오노!

이로써, 이정수가 오노를 향해 시상대에 오를 자격이 없는 선수라고 쏘아부친 이유가 '막말'만은 아니었음이 분명해졌다. 한국선수들이 실격한 것에 대한 단순한 아쉬움의 표현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우리 선수들의 '자멸'은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고, 비판을 면할 수 없겠지만.   

오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1,500m 결승전에서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보다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김동성의 실격을 이끌낸 뒤 금메달을 차지했었던 바로 그 장본인이다. 그 일로 인해, 오노는 쇼트트랙팬뿐아니라 한국 국민들 모두를 '열받게' 했고, 쇼트트랙과 무관한 종목인 축구에서 '오노세레머니'라는 말까지 만들어냈었다.   

한국 쇼트트랙과 '오노'의 질긴 인연.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여지없이 그 인연은 이어졌다. '불행한 행운아'의 모습으로. 그의 나이 28세. 다음 올림픽에서 그를 볼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 오~ 노(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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