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관치논란으로 '일석이조'
금융당국, 관치논란으로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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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지난해말 촉발된 KB금융 사태에 기인한 관치금융 논란이 점차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팽배한 상황이고, 심지어 더블딥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만큼, 불요불급한 논란보다 위기극복에 힘써야 한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지난 몇달동안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논란을 '쓸데 없는 이슈'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최근 벌어지고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결국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금융당국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은 반면, 논란에 따른 피해는 순전히 민간금융사들이 뒤집어 쓴 꼴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의중을 거스른 KB금융지주는 이른바 '대역죄인' 취급을 받으며 금융권의 본보기가 됐다.

KB금융은 지난해말 황영기 회장의 사퇴에 이어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회장 내정자직 사퇴, KB금융 사외이사들의 대거 퇴진으로 이어지며 사실상 리더십 공백사태를 겪고 있다.

와중에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실적은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10년 가까이 쌓아온 '리딩뱅크' 위상은 온데간데 찾을 길이 없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에 이어 최근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강정원 행장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만큼 KB사태의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조차 장담하기 힘들다.

반면 금융감독당국에게 이번 논란은 '손해볼 것 없는 장사'였다. 민간(은행연합회)의 손을 빌려 마련한 은행 '사외이사제도 모범규준'은 KB금융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를 해체하는데 영향을 미쳤으며, 금융권 전체로는 당국의 위상과 파워(?)를 재확인 하는 계기가 됐다.

사외이사제도 모범규준의 경우 제손이 아닌 민간 연구소의 손을 빌렸다는 점에서 관치금융 논란에서도 비켜서는 효과를 거뒀다.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KB금융도 결국 백기를 들고 정부에 읍소하는 모양새다.

연임의사를 밝혀왔던 조담 이사장의 사퇴를 이끌어낸 데 이어, 최근 구성된 KB금융 사추위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상대로 사외이사 인선 자문단에 참여를 요청했다.

황 전 회장 후임 인선 당시 금융당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회장인선 작업에 착수했던 전례로 비춰볼 때 180도 달라진 행보다. 사실상 사외이사 선출에 정부의 참여를 요청한 셈이다.

관치금융 논란의 중심에 섰던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경우 관치금융 논란으로 사퇴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2기 경제팀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힘입어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4대강 및 세종시 수정안 등으로 다른 사안에 신경쓸 틈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금융당국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운찬 총리가 얼마전까지 KB사태의 본질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은 '관치금융' 논란이 정부의 관심밖 사안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과정이야 어쨌던 금융당국으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이어 또다시 연구기관들을 대상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 방안을 위한 청사진을 요청했다. 여기에는 국내 금융사의 대형화 방안은 물론 경영진의 자격을 1~2년마다 심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유도하겠다는 이유로 민간금융사의 인사권에 개입하겠다는 의중이다.

연구소를 이용한 MB식 여론몰이가 금융권에도 여지없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수족 노릇을 하는 금융권을 원한다면 차라리 국내 은행들을 모조리 국유화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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