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사위 경영’ 접고 '이화경 체제로'?
오리온그룹, ‘사위 경영’ 접고 '이화경 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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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온미디어 이어 베니건스 매각 추진
담철곤 회장 단독 체제 변화 조짐

[서울파이낸스 정일환 기자] ‘사위 경영’으로 잘 알려진 오리온 그룹의 경영체제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화경 사장이 미디어와 외식사업을 정리하고 그룹 경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차녀로, 그룹 경영은 남편 담철곤 회장에게 맡기고 자신은 롸이즈온, 온미디어, 메가박스 등의 계열사를 이끌어 왔다.

이들 중 이 사장이 가장 먼저 ‘손을 턴’ 회사는 메가박스다. 메가박스는 지난 2007년 호주계 투자자본인 맥쿼리에 팔렸다. 온미디어는 최근 CJ그룹에 매각됐다. OCN, 수퍼액션, 캐치온 등의 영화채널과 바둑TV, 투니버스, 온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채널을 운영해 국내 케이블 TV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강자다.

롸이즈온은 지난 1995년부터 미국의 메트로미디어 레스토랑 그룹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패밀리레스토랑인 베니건스와 마켓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 외식사업 붐과 함께 연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롸이즈온은 2003년 5억원의 흑자를 끝으로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롸이즈온은 결국 지난해 베니건스 4개 점포(목동, 강남, 홍대, 이대)를 없애고 점포수를 25개로 줄인 상황이다. 오리온은 2008년부터 롸이즈온 매각을 모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식업계 전체가 침체에 빠지며 성장세가 둔해지면서 롸이즈온은 매각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 2일 베니건스 인수사로 팬시문구전문 기업 바른손 등이 거론되면서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각액이 100억원 미만이 될 것으로 보고, 45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승계하면 현금 지급액은 1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리온측은 “현재 유력한 2개 업체와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매각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 사이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메가박스, 온미디어에 이어 베니건스까지 매각되면 이화경 사장은 사실상 맡고 있는 계열사가 없는 셈이 된다. 눈길이 쏠리는 대목은 이 사장의 다음 행보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일어난 오리온 그룹의 변화를 주목할 만 하다.

최근 김상우 오리온 사장이 갑작스레 러시아 법인장으로 발령이 났다. 김 사장은 10년간 오리온의 사장을 맡아온 ‘얼굴 마담’. 대신 그 자리에는 오리온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이었던 강원기 상무가 올랐다. 더불어, 이용찬 전 리앤디디비 사장과 노희영 전 롸이즈온 이사가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룹을 대표하던 CEO가 물러나고, 이화경 사장을 보필하며 계열사에 있던 두 인물이 중원으로 진출한 것이다. 

조직도 바뀌었다. 단일 체제였던 오리온은 최근 과자, 마켓오, 닥터유 등으로 나눠졌다. 3명의 부사장이 각각의 사업부를 책임지는 구도다. 각 부사장이 해당 부문 소사장이 되어 모든 비용과 매출을 책임지게 되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이화경 사장이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인다. 오리온이 최근 식품사업에 매진할 것을 발표한 것 또한 이 사장의 경영 보폭도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재계에서도 여성 총수에 대한 편견이 깨지면서 이화경 사장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당장 큰 변화가 오기 보다는 우선은 공동경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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