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채널 선택권 상실에 '불쾌감'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SBS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단독 중계하기로 한 가운데 KBS와 MBC가 8일 동계올림픽 취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로써, 올림픽 중계를 둘러싼 방송사간 협상을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설마했던 국민들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SBS는 모든 역량을 투입해 빈틈없는 올림픽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방송사별 특성은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경기를 찾아보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시청자)들이 본의와 상관없이 채널 선택권을 박탈당한 셈이다.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현실화되자, 하나의 채널로 모든 경기를 봐야하는데 따른 '단조로움'을 탐탁치 않아하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민들의 반응은 SBS에 대해서는 '중계권 독점'에 대해, 그리고 KBS와 MBC에 대해서는 '도대체 그동안 뭘했느냐'며 양 측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KBS는 8일 '동계올림픽 SBS 단독중계로 공영방송 취재 포기 불가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SBS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를 고수함에 따라 KBS는 밴쿠버 올림픽에 취재진 파견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KBS는 그간 중계권 협상과는 별도로 밴쿠버 올림픽 취재 계획을 진행해왔으며 취재기자 3명, 촬영기자 3명 등 모두 12명의 취재진 파견 계획을 SBS 측에 공식 공문으로 요청했지만, SBS가 이 요구도 사실상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SBS는 모두 3장 정도의 취재 카드를 제공할 수 있고, 2분 정도의 자료화면을 제공하겠다는 책임 회피성 답변만 내놓았다"며 "3장의 취재 카드로는 올림픽 취재가 불가능하며, 2분의 자료화면으로는 뉴스 아이템 1개도 부족할 정도의 열악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KBS가 중계권 없이, 취재팀도 파견하지 못한 채 올림픽을 맞게 됐다"며 "역대 국제종합대회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MBC도 이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MBC는 SBS에 아이디 카드 8장을 요청했지만 지금껏 답변이 없다며, 현재 상황으로서는 올림픽에 취재단을 파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는 SBS가 협조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캐나다 현지에 차량과 숙소 등을 예약해뒀지만 못 가게 되면서 취소 비용을 물어줄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BS는 이번 올림픽을 단독중계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며칠전부터 올림픽 중계와 관련된 방송을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다.
SBS는 이날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 뉴스에 매일 2분 정도 하이라이트 영상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현지 취재 편의를 최대한 배려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SBS의 태도나 지끔까지의 협상정황 등으로 미루어 그야말로 '배려'이상의 기대는 이미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