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째라”… 금호 오너 一家 버티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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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출연 거부...워크아웃 끝내 중단
"대출금 갚는다" 주식 내다 팔기도

[서울파이낸스 정일환 기자]금호그룹 워크아웃이 결국 중단됐다.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이 마지막 기회마저 ‘네 탓’ 공방으로 허비하느라 사재출연 등 금호그룹 회생은 뒷전으로 미뤄버렸기 때문이다.

금호그룹 채권단은 "7일까지 진행된 최종 협상에서 금호그룹 일가가 워크아웃에 돌입하며 약속한 사재출연을 거부했다"며 워크아웃을 중단키로 했다.  신규자금 지원, 경영권보장 등도 모두 철회됐다.
민유성 산업은행금융그룹 회장은 “채권단회의를 열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법정관리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산은이 법정관리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협력사 연쇄부도 등 파장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산은이 계속 총수 일가의 사재출연을 압박해 나갈 가능성이 큰 것보고 있다. 만약 이러한 사재출연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경우, 산은은 금호석화에 1년간 채무 만기를 연장하고, 3년간 경영권을 보장키로 했던 자율협약방안에서 워크아웃으로 전환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산은 측은 “금호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석화 지분을 포함해 오너 일가가 보유한 모든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고 처분권도 위임한다는 조건을 달아 자율협약을 결정했다”며 “금호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금호석화 1162만 1326주(45.7%)와 금호산업 258만 1630주(5.3%) 등 시가 2500억 원 정도에 대한 담보제공과 의결권 포기가 반드시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결국 “금호그룹은 죽이기에는 너무 큰 말이니, 주인 협조하도록 어떻게든 설득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주인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겠다는 주식을 오히려 팔아치우고 있다. 박찬구 전 회장과 장남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은 지난달 27일 보통주 15만6천900주(0.55%)를 장내 매도했다. 박 전 회장 부자(父子)는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에도 각각 금호석유화학 주식 9만70주(0.36%)와 3만9,830주(0.16%)를 팔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7.63%, 박 부장의 지분율은 7.87%로 낮아졌다.

금호그룹은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주식을 일부 매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산업은행도 박 전회장이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지분 경쟁을 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주식을 사들였으나 최근 주가가 떨어져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박 전 회장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담보로 주식을 샀고, 새로 매입한 주식을 담보로 주식을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추가 담보가 필요했지만, 박 전 회장이 담보를 제공하지 못해 반대매매를 통한 주식 처분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거래의 ‘진의’는 박 전 회장 부자(父子)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듯하다. 산은 관계자는 “실제로 빚을 갚는데 이 돈을 썼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빚을 갚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다고 하니 이를 못하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찬구 전 회장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강행한 박삼구 명예회장에 책임을 돌리며 사재출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덩치를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두 회사를 인수한 박삼구 회장이 책임이 큰 만큼 사재출연도 박삼구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찬구 전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 풋백옵션이란 경영실패 책임을 금호석유화학과 타 계열사에 전가하려고 일련의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지금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금호그룹 총수 일가가 내놓을 수 있는 사재는 금호석유화학 등의 지분 정도로, 2.3세대 보유분까지 합쳐도 2,000억원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2.3세대에까지 경영책임을 물어 사재출연을 요구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어, 실제 금액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판국에 그나마 갖고 있던 주식마저 팔고 있는데도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호그룹은 이에 관해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7일 “두 형제간에 사재출연에 대해 아직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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