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사태'는 미국의 '음모'?
'도요타 사태'는 미국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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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내 분위기 '확산'..."과민 반응" 지적도
"성역·자존심 무너진데 따른 '허탈감' 표출"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도요타 사태'와 관련, 일본내 분위기가 '미국의 음모론'으로 흘러 가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7일 현지 '르포형식'으로 보도했다. 

일부 일본인들은 미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렸던 제너럴모터스(GM) 구조조정에 나서는 시기에 미국의 정치 세력이 '도요타 때리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으며, 도요타가 2008년 GM을 제치고 판매 대수에서 세계 1위에 등극한 사실이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도요타 때리기'의 이면엔 '포드(미국차) 살리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소문으만 떠돌던 이같은 추측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도요타 사태'의 또 다른 변수로 부각될 조짐이다. 

"미국인들이 지나치다" "도요타의 문제는 미국 경쟁사에 큰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일본 때리기에 나서는 것 같다"

도쿄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고미야 히로유키(40) 씨는 "최근 '도요타 사태'가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부양하려는 미국의 계략이 아니냐는 논리에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일본에서도 차량 결함과 관련한 도요타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미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으며, 일본의 대표 브랜드인 도요타가 불공정하게 지목됐다는 시각이 많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도요타가 너무 크고 유명한 탓에 쉽사리 (공격) 목표물이 된다"면서 "도요타의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받았는데 언론 보도가 과도하다"는 컴퓨터 회사 직원인 야스나가 마사히로(24)씨의 말도 전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도요타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의 이같은 우려가 오히려 지나치다는, 즉 '기우'라는 지적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ABC 뉴스가 지난달 말 미국인 1천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3%는 최근 사태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를 우호적으로 평가했다는 것.

또, 72%는 도요타의 가속페달 결함을 브랜드 전체가 아닌 개별적인 사안으로 본다고 답했으며, 같은 비율의 응답자는 이번 사태로 앞으로 도요타 차량 구매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음모론' 제기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비판도 대두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6일 '프리우스'의 제동장치 작동 불량과 관련한 사고 5건을 확인하고, 도요타의 늑장대응을 질타한 것이나, 일본 언론들이 이구동성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이 '음모론'을 불식시키기이 위한 논거로 부족함이 없다는 것. 미국의 음모라면, 왜 일본 정부와 언론이 '도요타 때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미국 음모론'은 실체가 있다기보다는 일본인들의 '정서적인 문제'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요타는 '성역'으로 여겨질 정도로 정·관계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일본의 자존심인 동시에 간판기업. '리콜사태'로 세상이 온통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오카다 사장이 직접나서 고객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은 사태발발 10일이 훨씬 지난 5일 밤이라는 점 만으로도 '도요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그 '성역'이 무너지자 일본인들이 자존심에 대한 상처와 함께 허탈감에 빠져들게 됐고, 이 점이 근거없는 '음모론'으로 발전하게 된 것아니냐는 관측이다.  

한편, 현대 등 한국의 자동차업체들도 복잡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는 '도요타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지적이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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