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당뇨보험'인가?
누구를 위한 '당뇨보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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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애신 기자] 최근들어 합병증 등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이 힘들었던 당뇨환자를 위한 전용보험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녹십자생명은 지난 2007년 출시한 당뇨 상품을 개정해 '당뇨케어 치명적질병(CI)보장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재해상해·암진단·골절치료 등을 보장하며 혈당수치가 낮아지면 매년 보험료를 1~3%까지 할인해줘 환자 스스로 당뇨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또한 식이요법·운동· 투약 등 건강관리를 위한 전화상담 및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악사다이렉트의 '다이렉트 퍼스트 당뇨보험'은 당뇨 환자에게 발생하기 쉬운 합병증 및 모든 암에 대해 최고 2000만원까지 보장한다.

두 회사는 "그 동안 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당뇨환자를 위한 상품이 출시됐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당뇨병은 신경계에 각종 이상을 유발하고 장기를 손상시켜 뇌졸중·말기신부전증·실명·다리절단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킨다. 그래서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은 당뇨병 자체보다 합병증을 더 두려워한다. 

그런데 '합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당뇨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대부분의 당뇨환자가 합병증을 앓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당뇨보험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당뇨 환자를 위해 출시됐다는 이 보험 상품들이 진정 당뇨 환자를 위한 상품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보험사들은 부담보 제한에 대해 자체적인 기준을 만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고무줄식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보험사도 수익 창출을 극대화해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그렇다고 보험사의 경우 공공성이 강한 사회적 기업의 측면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보험금이 소비자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는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녹십자생명의 경우 45세 남자·80세만기·20년납 월 보험료는 8만5100원이며, 악사다이렉트의 월보험료는 40세 남자·전기납·80세 만기 기준으로 2만8950원이다.

이 상품들은 합병증으로 인한 보험금을 최고 3000만원까지 보장한다. 보험의 기본 취지는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인데 1000~3000만원 정도로는 실제 당뇨로 인한 합병증을 감당할 정도로 충분한 보험금인지 의문이다. 

녹십자생명은 가입 후 합병증이 발병하면 그 담보에 대한 보험료 납입은 면제되지만 계약은 유지된다. 그러나 악사다이렉트의 경우 가입 후 합병증이 발병하면 그 담보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된 후, 그 담보는 제외된 채 보험료가 낮게 책정돼 계약이 유지된다.

이에 따라 합병증 발병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그 담보를 부담보 처리하다 보면, 차후 예상한 합병증이 전부 발병해 보험금 지급이 끝나게 된다. 그럼에도 가입자는 만기때까지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특히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의 당뇨플랜에 포함된 기본 보장 내역이 많지 않아 크게 손해볼 일이 없다.

보험사는 상품도 상품이지만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고객들이 납입한 보험료 보다 보험금으로 조금 더 많이 나간다 해도 무리한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대한당뇨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7년 국내 당뇨병 환자수는 전체 인구의 7.7%인 269만4220명이며, 그 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년 후에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55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험사들도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위험율이 개발되지 않았으며, 당뇨보험은 이제 시작단계라고 인정하고 있다. 갈수록 당뇨상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당뇨 환자들이 비싼 보험료를 감안하면서 보험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에게도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수익성만 따지고 상품을 판매할 경우 지금 당장은 시선을 끌겠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로 이어질리 만무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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