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올해 뭘먹고 사나?
은행들, 올해 뭘먹고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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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큰 폭 증가 불구 대출은 감소
규제 강화 등 수익성 하락 '우려'
"해외진출로 내수 한계 탈피해야"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연초부터 영업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시장 상황마저 녹록치 않아 고전이 예상된다. 상당기간동안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잇따른다.

대다수 은행들 역시 금융위기 재발 우려가 대두되는데다, 예대율 규제 등 금융당국의 잇딴 규제강화 조치가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수신은 느는데..."
올 들어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고금리 정기예금을 출시하면서 시중자금을 급속히 빨아들이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16조7742억원으로 전월말 대비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월별 평균 증가액인 2조6517억원의 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정기예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를 염두해 은행들이 연 5%에 육박하는 특판상품을 출시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일부 은행의 경우 예대율이 130%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수신확대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850억원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2000억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영향과 이달말 새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COFIX(코픽스) 도입을 앞두고 관망세가 두드러진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대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지난해 호실적를 바탕으로 현금성 자산이 42조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자금수요가 전무하다.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운영자금 수요가 있지만 올해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량 중소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게 은행측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비용 수신이 크게 늘면 대출도 함께 늘어야 적정 수익이 유지되는데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출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출구전략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내세우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는 한편,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금감원은 최근 발표한 '2010 금융리스크 분석 보고서'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가장 치명적이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경우 금융사는 대출부실화로 1조100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업력 '박차'
이 때문에 대다수 은행들은 연초 실시했던 특판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대출수요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수신만 늘릴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 시중은행장들이 영업력 강화에 발벗고 나선 것도 수익성 보존 차원의 행보로 해석된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최근 잇따라 지역본부를 찾아 영업을 독려하고 있으며,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지역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직접 지방순회 길에 올랐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의 경우 경쟁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 7%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윤용로 기업은행장도 올해를 개인금융 강화의 원년으로 삼고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서는 등 국책은행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금융위기 이전의 수익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의 성장 싸이클이 성숙기에 돌입한 만큼 상당기간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BK증권 이혁재 연구원은 "올해 은행 실적이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더라도 감독당국의 레버리지 제한으로 예대업무의 성장성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예대율 100% 수준을 유지하려면 조달금리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어 마진확보 면에서도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내수업종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은행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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