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보험개발원의 존재이유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보험개발원의 존재이유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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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일반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통계를 보험개발원이 아예 없애 버렸다. 보험개발원이 매월 발행하는 보험통계월보에서 올 2월부터 사업비명세표에서 사업비차익을 알 수 없도록 실제사업비만을 명시하고 예정사업비를 빼버리고 보험의 기초통계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보험개발원의 한심한 의식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공급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장 큰 보험산업에서 그나마 보험사 경영의 일단을 미약하게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보험통계월보에서 생명보험사가 이익이 많이 남아 숨기고 싶은 사업비차익을 국민이 알 수 없게 제거해 버린 것은 보험개발원의 존재이유와 가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게 한다. 생명보험사들은 지난 회계연도에 무려 3조8천억원의 비차익을 남겼다. 생명보험의 원리상 예정사업비를 안정적으로 충분히 책정해 경영의 안정성을 기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이것은 이익이 발생했을 때 보험계약자에게 되돌려 준다는 것(유배당)을 전제로 한다. 문제는 유배당 상품과 보험료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무배당 상품이란 명목으로 이익금 전부를 주주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보험사는 이익이 많이 난 것을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다.

보험사가 숨기고 싶어하고 공개를 꺼린다고 해서 보험개발원까지 당연히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통계수치를 슬그머니 빼버리면 발생된 이익이 줄어들거나 감춰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묻고 싶다. 통계는 객관성과 일관성, 지속성을 생명으로 하는데 이렇게 손쉽게 예정사업비를 빼버릴 수 있는 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생명보험에서 보험료의 산출은 순보험료와 부가 보험료로 구분된다. 그리고 보험금지급 재원인 순보험료는 예정이율, 예정위험율로 산출되고 보험사의 사업비로 쓰는 부가보험표는 예정사업비로 책정된다.

따라서 예정사업비, 비차익, 통계는 생보산업에선 가장 기본적인 통계수치이다. 이 기초 통계마저 보험사가 공개를 꺼린다는 이유만으로 삭제 시켜버리는데, 비공개로 소비자등 외부인이 도저히 알 수 없는 위험률의 할증, 손해율 및 사고율의 산출등 보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초통계의 산출시에는 얼마나 공정성이 지켜질지 심히 의심스럽다.

보험소비자는 보험료를 내면서 납입 보험료중 얼마가 보험금으로 사용되고 얼마가 사업비로 쓰이는지도 모르고 있다. 당연히 계약자가 납입하는 보험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음에도 보험사가 이를 공개하길 거부하고 있는데, 계약자별 사업비도 아닌 보험사별 총합계금액 마져도 없애 버린다면 우리나라는 보험에서 예정사업비의 통계수치가 없는 세계 유일한 나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동안 보험개발원은 보험사 경영에 유리한 정보 위주로 자료를 제공해 왔다. 생명보험사가 보험료를 인상하려 할 때에는 시중금리가 낮아져 생명보험사 경영이 어렵다는 자료를 발표한다든지, 손해보험사가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하려 할 때에는 갑작스럽게 높아진 손해율을 발표해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명분을 세워준다든지 하는 보험소비자를 외면한 보험사 편향의 공정성이 결여된 행위를 종종 해온걸 보면 이번 ‘예정사업비 삭제 사건’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차제에 보험업을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 당국은 공정성을 상실하고 보험사의 시녀노릇으로 보험계약자의 돈만 축내는 보험개발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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