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금융, M&A 놓고 갈등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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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시장 모두 금융지주사간 '합병'에 무게
주도권 놓고 신경전…예상외 급물살 기류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매각보다 여타 대형 시중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매각보다 합병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 대상 금융사로는 하나금융지주가 유력시 되고 있다. 만약 우리-하나간 합병이 확정될 경우 주도권 확보를 위한 양사간 치열한 신경전이 우리금융 민영화의 두번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합병에 무게"
금융당국은 빠르면 올 상반기 내에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KB금융 사태와 관련된 '관치금융' 논란을 하루빨리 매듭짓기 위해 이달 중 민영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산업자본과 연기금을 통한 분리매각, 국민주 방식, 타 금유지주사와의 합병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합병'으로 가닥을 잡았다. 합병의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논란을 비켜갈 수  있는데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메가뱅크 육성'이라는 정부의 중장기 로드맵과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통해여러방안을 논의하겠지만 시장에서는 합병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금융 민영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특히 경남·광주은행 등 우리금융의 자회사 매각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리금융 민영화 밑그림이 이미 완료단계에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지난해부터 줄곧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합병 대상으로 하나금융지주를 지목해 왔다. 한 시장 전문가는 "KB금융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에 중점을 두고 있고 신한지주는 자체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과의 합병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금융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지분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합병을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계 펀드 등 해외자본이 우리금융 지분 인수에 관심을 내비치면서 해외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과거 외환은행의 론스타 인수 사례가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킨 만큼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도권 경쟁 심화 가능성
올 상반기 하나-우리금융간 합병이 확정되고 외환은행 매각까지 급물살을 타게 될 경우 국내 은행권은 사실상 빅3 구도로 재편된다. 그러나 하나-우리간 합병은 양사간 이해상충 해결이라는 쉽지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인수의 경우 매입주체가 M&A의 주도권을 잡게 되지만 합병의 경우 양사간 이해관계에 따른 충돌이 불가피하다. 서울은행과 보람은행 등을 인수하며 13년째 하나금융지주를 이끌어온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문화가 중요하다는 의중을 밝혀 왔다. 기업간 물리적 결합보다 조직간 화학적 결합이 M&A 성패를 좌우한다는 게 김 회장의 M&A 지론인 셈이다.

일단 자산규모나 인지도 측면에서는 우리금융이 월등히 앞선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지난해 3분기말 우리금융의 총자산은 321조로 하나금융(179조)의 곱절에 이른다.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자회사 일부를 매각하더라도 100조원 안팎의 격차가 불가피하다. 

이같은 총자산 격차는 곧 고객기반과 연결되기 때문에 하나금융으로서는 합병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물론 이종휘 우리은행장 역시 최근 신년사에서 "맨파워, 기업문화, 브랜드 역시 '우리'가 은행권을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경우 민영화 대상이라는 점에서 정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하나금융으로서도 우리금융에 '흡수합병'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더구나 하나금융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충청·보람·서울은행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경쟁은행에 비해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예상과 달리 양사간 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지주사 회장이 친정부 인사라는 점, 그리고 이종휘 행장이 공교롭게도(?) 두번의 경고조치를 받아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 등은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을 덜어줄 수 있다.

또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인사구조가 경쟁 금융사와 비교해 피라미드형에 가깝다는 점도 합병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우려를 덜어주는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6월말 기준 임원급을 제외한 우리은행의 책임자급-행원 비율은 각각 37.8%-42.4%, 하나은행은 30.1%-58.1%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신한은행의 중간 관리자급 비중은 40%를 웃돌며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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