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경쟁의 '신사도'
증권사, 경쟁의 '신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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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증권사들의 새해 경영의욕이 하늘을 찌른다. 금융위기 여파로 잔뜩 움츠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공격 경영을 화두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무사히 견뎌낸 국내 증권사들의 이같은 행보에 기대감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각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전략들이 대동소이(大同小異]) 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증권사들이 과열경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것 또한 과거와 닮았다.

지난해말 증권사들은 잇따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올해부터는 경기회복이 가시화 될 것이란 기대감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증권사들이 내놓은 경영 전략을 비교해 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리테일 영업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올해 블루오션 시장이 될 퇴직연금시장 선점에 본격 나설 것이란 계획이다. 또한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확대된 사업영역도 적극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같은 우물 안에서 누가 더 많은 물을 차지하는지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경쟁은 나쁜 것은 아니다. 적절한 경쟁은 시장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으며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증권사들의 사업행태를 살펴봤을때 다소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퇴직연금의 경우 이미 정부에서도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한 바 있으며 증권사들의 묻지마 식 신사업 진출 또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선물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 증권사들의 선물업 진출 러쉬가 이어지면서 선물업시장에서의 과열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진출로 '밥그릇 뺏기'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출혈경쟁 마저 불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증권사들이 퇴직연금의 확정급여형(DB)형 상품 금리를 심리적 마지노선인 7~8%까지 제공하겠다는 제안한 것.

은행권과 증권사, 보험사의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제시하는 확정급여형 상품의 금리는 5.5~6%로 7~8%의 금리를 제공할 경우 역마진이 나게 된다.

이에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손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는 고금리 제시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과열경쟁에 일각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상유례없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은 상당히 잘 견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그동안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성장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눈 앞의 이익만을 쫓아 시장을 왜곡시키기 보다는  건전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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