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플레이 운운하는 금융당국 '적반하장'?
언론플레이 운운하는 금융당국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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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KB금융 사태와 관련해 국내 언론을 향해 작심한 듯 불만을 표해 눈길을 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할일 열심히 하는데 무슨 관치"냐며 관치금융 논란을 제기한 대다수 언론사에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KB금융 측이 일부 언론을 통해 언론플레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내비치고 있다고 하니 금융당국의 향후 행보에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감원이 이번 '관치금융' 논란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측의 주장대로 KB금융에 대한 고강도 종합검사는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강 행장이 비서업무를 사적용도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있었다면 검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고강도 종합검사, 개인비서 검사가 과연 합리적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원칙이 결여된 '고무줄식' 검사와 제재가 문제다. 지난 2007년 경미한 제재에 그쳤던 우리은행의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 문제를 2년뒤 다시 끄집어내 금융사 CEO에 사퇴압력을 가한 것이 문제이며, 지난해 초 '혐의를 찾기 어려움'으로 일단락 지었던 KB금융 사외이사 문제를 또다시 끄집어 내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 유포한 것이 문제다.

제재의 일관성과 검사의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전검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는  혐의를 마치 사실인냥 언론에 유포한 것은 오히려 금감원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KB금융에 대한 사전검사는 시기적으로도 '프로'답지 못했다. 이번 KB금융사태는 불과 3개월여에 걸쳐 황영기 전 회장의 사퇴→KB회장 선임절차를 둘러싼 이사회와 금융당국의 마찰→KB에 대한 유례없는 사전검사→강정원 행장의 회장 내정자 사퇴로 이어지며 논란의 불씨를 스스로 당겼다.

KB금융 이사회 및 강정원 행장의 불법의혹이 있었다면 종합검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히면 문제가 이토록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KB금융 이사회와 강 행장을 두둔하려는 의도는 눈꼽만큼도 없다. 국내 금융권의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과 국내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는 한두해 거론된 문제가 아니다.

다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금융당국이 한낮 민간금융사를 상대로 이토록 치졸한 싸움을 했어야 했는지 안타까움이 앞서 쉽게 지나치기 힘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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